13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을 통해 인천공항에서 일본 오사카로 떠나려던 승객들은 여행의 설렘이 악몽으로 바뀌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낮 12시 5분 출발 예정이었는데 기체 점검 등을 이유로 예정보다 4시간 늦게 탑승했다. 기내에서도 3시간 넘게 머물러야 했다. 다시 항공기에서 내려 기다린 끝에 오후 11시 4분에야 이륙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승객은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쓰러졌고, 탑승객 310명 중 204명이 출국을 포기했다.
▷운항 지연도 문제지만 이유를 알고 보면 더 어이가 없다. 당초 오사카행 비행기는 HL8500편이었는데 실제 출발한 건 HL8501편이었다. 먼저 출발 예정이었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행 항공기가 기체 결함으로 지연되자 오사카행을 대신 투입한 것이다. 일각에선 티웨이 측이 회사 손해를 줄이기 위해 오사카행 승객에게 피해를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에선 항공사 문제로 지연·결항될 경우 환불 외에 최대 600유로 상당의 보상을 해야 하는데, 티웨이 측이 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항공기를 바꿔치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항공사의 거짓 해명 논란도 불거졌다. 티웨이 측은 오후 6시 45분에 정비를 모두 마쳤지만, 승객들이 내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시간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곧 이륙할 수 있었는데 승객들 탓에 늦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탑승객들은 기장이 기체에 문제가 있다고 안내 방송을 한 것은 오후 6시 57분이었다고 주장한다. 오후 9시 30분경까지도 사다리차가 항공기 꼬리 부분에 설치돼 있는 등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는 증언도 있다.
▷단거리 노선 중심이던 LCC들은 최근 미국 유럽 등 장거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티웨이의 경우 지난달 자그레브 노선을 취항해 국내 LCC 최초로 유럽 노선 운항을 시작했고, 하반기엔 파리 로마 등 유럽 4개 노선 취항을 앞두고 있다. 여객 운송에서 LCC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사고를 예방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정직하게 설명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승객들이 LCC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