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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재영]11시간 지연에 거짓 해명 논란까지, 이런 항공사 믿고 탈 수 있나

입력 | 2024-06-16 23:18:00



13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을 통해 인천공항에서 일본 오사카로 떠나려던 승객들은 여행의 설렘이 악몽으로 바뀌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낮 12시 5분 출발 예정이었는데 기체 점검 등을 이유로 예정보다 4시간 늦게 탑승했다. 기내에서도 3시간 넘게 머물러야 했다. 다시 항공기에서 내려 기다린 끝에 오후 11시 4분에야 이륙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승객은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쓰러졌고, 탑승객 310명 중 204명이 출국을 포기했다.

▷운항 지연도 문제지만 이유를 알고 보면 더 어이가 없다. 당초 오사카행 비행기는 HL8500편이었는데 실제 출발한 건 HL8501편이었다. 먼저 출발 예정이었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행 항공기가 기체 결함으로 지연되자 오사카행을 대신 투입한 것이다. 일각에선 티웨이 측이 회사 손해를 줄이기 위해 오사카행 승객에게 피해를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에선 항공사 문제로 지연·결항될 경우 환불 외에 최대 600유로 상당의 보상을 해야 하는데, 티웨이 측이 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항공기를 바꿔치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항공사의 거짓 해명 논란도 불거졌다. 티웨이 측은 오후 6시 45분에 정비를 모두 마쳤지만, 승객들이 내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시간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곧 이륙할 수 있었는데 승객들 탓에 늦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탑승객들은 기장이 기체에 문제가 있다고 안내 방송을 한 것은 오후 6시 57분이었다고 주장한다. 오후 9시 30분경까지도 사다리차가 항공기 꼬리 부분에 설치돼 있는 등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는 증언도 있다.

▷오사카행 승객들이 발을 구르던 시간 태국 방콕에서도 티웨이항공 승객들의 발이 묶여 있었다. 13일 0시 5분(현지 시간) 방콕에서 청주공항으로 출발 예정이던 여객기가 정기 점검을 이유로 20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LCC의 중대사고 14건 중 8건이 티웨이에서 발생했다. 국토부의 지난해 ‘항공운송서비스 평가’에서도 티웨이의 이용자 만족도는 국내 항공사 10곳 중 9위에 그쳤다.

▷단거리 노선 중심이던 LCC들은 최근 미국 유럽 등 장거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티웨이의 경우 지난달 자그레브 노선을 취항해 국내 LCC 최초로 유럽 노선 운항을 시작했고, 하반기엔 파리 로마 등 유럽 4개 노선 취항을 앞두고 있다. 여객 운송에서 LCC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사고를 예방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정직하게 설명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승객들이 LCC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