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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동훈, 총선평가와 미래 비전 내놔야 대표 도전 명분 있다

입력 | 2024-06-16 23:24:00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년 임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결심을 굳히고 이번 주중 공식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당대회는 7월 23, 24일쯤 치러질 전망이고, 이달 23일쯤부터 후보 등록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지난주에는 ‘당원투표 80%, 여론조사 20%’로 선출 규칙을 고쳤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몇몇 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몇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먼저, 국민의힘의 참패로 귀결된 4·10총선을 지휘했던 책임자로서 뒤늦었지만 평가를 내놓아야 한다. 선거 이튿날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며 사퇴한 지 몇 달 만에 같은 자리로 돌아오려면 합당한 이유가 제시돼야 한다. 국민의힘이 총선 때 무엇을 잘했고 잘못했는지를 평가하는 과정이 있어야 당원과 국민은 그의 복귀가 타당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검사나 장관이 아닌 정치인 한동훈은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정책에선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때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일부 구상을 내놓긴 했지만 586 운동권 청산 등 누군가를 단죄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미래 비전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당 대표 출마가 혹여 총선을 주도하면서 형성된 인지도와 당내 영향력을 내려놓기 아까워서라면 곤란하다. 지금 출마하지 않으면 잊혀질 것이라는 조급함 때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는 그가 내놓는 총선 평가나 미래 비전은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고,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강조했던 ‘선공후사’와도 거리가 멀다.

이 밖에도 용산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도 질문받게 될 것이다. 그는 총선 한복판에서 대통령에게서 사퇴 요구를 받을 만큼 김건희 여사 사안 등을 놓고 용산과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결국 어정쩡하게 봉합된 바 있다. 집권당을 용산의 방패막이 역할에 머물게 할지, 필요할 때 할 말을 하는 집권당으로 만들지에 대한 설명도 나와야 한다. 정치는 시작할 때도 그렇지만 복귀할 때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도리다. 정치인의 재등판은 전에도 있었다는 식의 판에 박힌 말로는 쓰러진 보수 정치를 일으켜 세우기엔 부족하다. 위기의 크기에 걸맞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