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시로 불교 알리는 도신 스님 음반 7장… “노래가 수행이자 포교” ‘한오백년’ 부르는 걸 본 중광스님 “그놈 목탁보다 기타가 어울리네”
충남 예산 수덕사 주지인 도신 스님은 “스승님이 내 기타를 7대나 부술 정도로 노래에 미쳐 있었다. 하지만 환속해 진짜 가수가 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노래가 수행이자 포교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팔만대장경도 결국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방법 아닌가요. 널리 전할 수만 있다면 노래와 시, 심지어 랩으로 불경을 읊은들 안 될 게 무엇이겠습니까. 하하하.”
12일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만난 주지 도신 스님은 ‘중이 왜 노래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종교계는 여전히 보수적 색채가 강한 곳. 더욱이 수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덕숭총림 본사로 국내외에 100여 곳이 넘는 말사를 둔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대형 사찰이다.
도신 스님은 여덟 살 때 절(수덕사)에 들어왔다. 자라면서 틈만 나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는데, 하루는 절 매표소 앞에서 ‘한오백년’을 부르는 그를 ‘걸레스님’으로 유명한 중광 스님(1934∼2002)이 봤다고 한다. 도신 스님은 “중광 스님이 ‘그놈 목탁보다 기타가 어울리네’ 하며 함께 서울로 가자고 해 그길로 올라와 10여 년을 모셨다”며 “스님 인맥 덕에 ‘울고 싶어라’를 부른 가수 이남이, 한국 록 음악의 대부 신중현 선생님께 노래와 기타, 작곡을 배웠다”고 말했다. 당시 가수 이남이는 중광 스님의 유발 상좌였다고 한다.
도신 스님은 “노래에 미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환속해 진짜 가수가 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노래가 수행이고 포교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행과 포교는 시로도 이어졌다. 노래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시는 깊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도신 스님은 2018년 월간 ‘우리시’, 2020년 계간 ‘서정시학’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시집 ‘웃는 연습’(2022년)을 냈다. ‘웃는 연습’은 힘듦과 괴로움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더 힘들 수도, 덜 힘들 수도 있기에 모두가 평소에 ‘웃는 연습을 하자’는 뜻으로 붙였다고 한다.
도신 스님은 “힘든 일이 닥쳤을 때 흔히 ‘참고 견뎌야 한다’고 하지만 참는 것이 무엇이기에 그래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참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자신이 선택한 것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믿는 인내”라고 말했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경쟁도 심하다 보니 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안해서 흔들리고, 그러다 보니 자주 바꾸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며 자신을 믿는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오래 견딜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결국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 믿고 응원해 줄 때 큰 힘을 얻습니다. 그런데 그 어떤 사람보다 수백, 수천 배 더 큰 힘을 주는 존재가 바로 자기 자신이지요. 그러니 오늘부터 자신을 믿는 연습을 해보세요.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더 힘이 차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