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대학병원서 시신 해부 실습” 10년전부터 의대서 시신 제공 받아 1인당 수십만원씩 받고 버젓이 강의 체육강사 등 “커대버 연수 수료” 홍보
대구의 한 필라테스학원이 SNS에 게재한 홍보 사진. SNS 캡처
의료 실습을 위해 기증된 커대버(해부용 시신)를 필라테스 강사 등 비의료인의 강의에 활용한 업체가 경찰에 고발된 가운데, 이런 실습 프로그램이 10년 전부터 전국에서 꾸준히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커대버를 조달한 대학병원과 의대가 가톨릭대 외에도 여럿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16일 동아일보가 필라테스 학원과 피부미용실 등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커대버 실습을 ‘홍보 스펙’으로 내세운 사례가 수십 건 나타났다. 스스로 ‘상위 1% 바디 프로듀서’라고 소개한 부산의 한 피부미용실 원장은 홍보 사이트에 최근 논란이 된 ‘가톨릭의대 의학전문대학원 커대버 연수 수료’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대구의 한 필라테스 학원은 강사들이 실습 가운을 입은 인증 사진과 함께 ‘전국 유일 카데바(커대버)실습 필라테스 자격증’, ‘이렇게 전문적인 필라테스센터 보셨나’라고 페이스북에 홍보했다.
이 중엔 가톨릭대나 연세대가 아닌 다른 대학병원과 연계됐다고 홍보한 사례도 있었다. 한 체력 지도자 양성단체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회원 대상으로 커대버 실습을 여러 건 열었다고 홍보했다. 그중엔 서울의 한 의대에서 ‘직접 만지며 확인하는 방식’으로 부위별 집중 실습을 한다며 참가비를 걷은 경우도 있다. 경기 시흥시의 한 필라테스 학원은 원장 이력에 경기 지역의 한 대학병원 이름과 함께 ‘2021, 2022년 신체 해부 실습’을 이력에 내걸었다. 커대버 관리 부실이 한두 대학병원만의 문제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문제는 고인과 유족을 위해 ‘시신 취급 시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명시한 관련법과 달리 커대버를 도구처럼 표현한 경우가 있었다는 점이다. 23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커대버 해부 강의를 열기로 했던 H사는 광고에 “프레시(신선한) 커대버” 등 표현을 써서 논란이 됐다. 의사단체는 H사를 시체해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H사는 강의를 취소한 상태다. 다른 한 교육업체는 강의 자격이 없는 연구원을 강사로 내세워 연세대 의대에서 헬스 트레이너 등을 대상으로 커대버 강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