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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싱가포르 법관 급여 높여 신뢰 확보… 벨기에, 美법관임용제 도입했다 철회”

입력 | 2024-06-17 03:00:00

사법개혁 연구에 챗GPT 등 활용
“인도는 재판지연이 경제성장 막아”



조희대 대법원장 2024.06.14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챗GPT에 해외의 사법개혁 우수사례를 물으면 늘 싱가포르와 벨기에 사례가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판사의 최소 법조경력을 2029년까지 10년으로 늘리는 이른바 ‘법조일원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직접 챗GPT에 영문으로 성공적인 해외 사법개혁 사례를 여러 번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항상 이렇게 답이 나왔다는 것이다. 67세의 ‘노(老)판사’는 해외 사법개혁 사례를 설명할 때 글로벌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콘텐츠들을 자유자재로 거론하며 이해를 돕기도 했다.

챗GPT가 우수 사례로 꼽았다는 싱가포르의 사법개혁은 법관의 급여를 유사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상시킨 것이 핵심이다. 싱가포르는 1994년 법관 등 공직자들이 민간으로 대거 이직하는 현상이 극심해지자 ‘최고 인재에게 최고 대우를’이란 정책 기조로 연봉을 대폭 올리는 개혁을 단행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개혁 이후 싱가포르 대법원장 연봉은 한화로 3억4500만 원, 대법원 고등재판부 대법관 연봉은 2억3300만 원으로 파격 인상됐다. 싱가포르 법원은 개혁 이전인 1990년대 초반까지 재판 지연과 사건 적체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20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98%가 싱가포르 하급 법원의 공정함을 신뢰한다고 답하는 성과를 얻었다.

조 대법원장이 또 다른 성공사례로 꼽는 벨기에의 경우 한국처럼 대륙법 근간 사법체계에서 미국식 법관임용제를 도입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나라다. 하지만 법관 고령화와 인력 유출 등 한국과 유사한 부작용이 속출하자 1991년 국회 요구로 사법개혁을 단행했다. 젊은 법률가를 대상으로 ‘연수허가시험 제도’를 도입해 시험 합격 후 2년의 사법연수를 마치면 법관 임용자격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그러면서 직업능력시험 응시자는 최소 법조경력 4년, 구술평가시험 응시자는 최소 법조경력 20년 등의 제도를 통해 법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열어뒀다.

조 대법원장은 인도에서 재판 지연에 따른 제조업 발달 저하와 외자 유치 난항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하며 유튜브에서 봤다는 강의를 인용했다. 미국 사법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는 대목에선 유전자(DNA) 검사로 무죄가 밝혀졌는데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죄수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살인자 만들기(Making a murderer)’를 언급하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국내에 나온 사법개혁제도 관련 모든 책도 보고 챗GPT에도 물어보고 해외파견 법관을 통해 45개국 사례 자료도 모두 봤다”며 “우리가 어떤 법관을 뽑아 어떤 처우를 해 어떻게 일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