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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 고개숙인 최태원 “재산분할서 치명적 오류…상고할 것”

입력 | 2024-06-17 11:49:00

노소영 측 “사법부 판단 방해하려는 시도 매우 유감”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7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 “재산분할에 관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상고로 바로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 자리에 직접 등장해 “먼저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이번에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며 상고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최 회장은 “(재산 분할 관련)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다”고 했다. 이어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서 이뤄졌다’, ‘6공화국 후광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등 SK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는 판결 내용이 존재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뿐만 아니라 SK그룹의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돼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 회장은 “부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로잡아 줬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며 “앞으로 이런 판결과 관계없이 맡은바 소명인 경영활동을 좀 더 충실히 잘해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최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SK㈜의 전신) 주식의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 오류의 핵심”이라며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해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1994~1998년 고(故) 최종현 회장 별세까지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SK C&C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최종현 회장의 기여 부분을 12배로, 최태원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최종현 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태원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태원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와 같은 심각한 오류와 더불어, ‘6공 유무형 기여’ 논란 등 여러 이슈들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다시 받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4.4.16. 뉴스1

이와 관련해 노 관장 측은 입장을 내고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노 관장 법률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는 “항소심 법원의 논지는 원고(최 회장)가 마음대로 승계상속형 사업가인지와 자수성가형 사업가인지를 구분 짓고 재산분할법리를 극히 왜곡해 주장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고, SK C&C 주식 가치의 막대한 상승은 그 논거 중 일부”라며 “이번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SK C&C 주식 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차라리 판결문 전체를 국민들에게 공개해 그 당부를 판단토록 하는 방안에 대해 최 회장이 입장을 밝히길 희망한다”면서 “무엇보다 최 회장 개인의 송사에 불과한 이 사건과 관련해 SK그룹이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이 “노 관장이 기여한 바가 없다”며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것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최 회장의 대한텔레콤 주식 취득에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이 혼입된 것으로 보고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