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27일 사업가로부터 각종 청탁 대가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등)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은 이 전 부총장이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에 출석한 모습(뉴스1 DB).2022.9.27 뉴스1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62)이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전 민주당 대표)(61)에게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취지로 표현한 데 대해 공개 해명을 요구했다.
이 전 부총장은 17일 송 대표에게 보낸 서신을 법원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공개하며 “대표님은 검찰 횡포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논지에 여전히 저를 이용하고 계시다. 기가 막힌 현실”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부총장은 “대표님은 2023년 4월 귀국하며 ‘이정근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공개발언하셨다”며 “무고함과 억울함을 목 터지게 주장하던 저의 진실은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갑자기 저의 증인출석(5월20일)을 앞두고 옥중서신에서 저를 언급하셨다. ‘민사소송이 형사소송으로 변질되고…’라고 밝히셨다. 이 시점에 의외였다”며 “그래서 5월 29일로 미뤄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표님 발언으로 인해 저와 제 남편이 겪었던 고통에 대해 진실을 요구했지만 대표님은 그저 변명으로 일관했고 끝내 핵심은 피했다. 참담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은 “돈봉투 사건에서 저의 일탈행위라고 지목한 것이냐”며 “대표님의 일탈 발언 이후 저에게 모든 혐의를 덮어씌우자고 모의라도 한 듯 이성만, 강래구, 조택상 등이 한목소리로 저에게 몽땅 뒤집어씌웠다”고 비판했다.
또 “녹취록이 공개되고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모두 비겁한 적반하장 겁쟁이들이었음도 드러나고 있다”며 “이들은 당대표 선거 이전부터 제가 모 대기업 계열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사실을 알았고 저의 임원 카드의 달콤함을 즐겼던 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표님의 법적투쟁이 무엇이든, 저를 수단으로 삼으신다면 녹취록이든 민사-형사 변질이든 사용하셔도 좋다”면서도 “다만 대표님께서 살려 한다면 짓밟아놓은 저를 먼저 오명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지 않겠냐. ‘내 손톱 밑 가시가 먼저’라는 이기심은 정치경력 25년, 당대표를 지내신 거물급 정치인 송영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10월 사업가 박 모 씨로부터 각종 청탁 대가로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달 송 전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남편이 당시 자신의 구명을 위해 사실관계를 잘 알고 있는 송 전 대표에게 통화를 시도하고 만나려고도 했지만 거듭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송 대표가 위증을 교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이 전 부총장은 자기 남편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야 송 전 대표를 만났고 당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송 대표는 책에 ‘나를 믿고 훗날을 함께 도모하자’는 메모를 써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초에도 소나무당 측 사람이 구치소로 찾아와 송 전 대표 상황을 설명하며 송 전 대표의 편지를 전달하는 등 회유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한편 송 전 대표는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 원을 받고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소각 시설 청탁을 받으며 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21년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는 이성만 전 의원과 사업가 김 모 씨로부터 각각 1000만 원과 5000만 원의 불법 자금을 받아 경선캠프 지역 본부장 10명과 현역 국회의원 20명에게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송 대표는 지난달 30일 구속 수감된 지 163일 만에 보석 석방돼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