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에 동네 의원급 1차 병원들이 비급여 주사제 치료비로 챙긴 실손보험금이 1166억 원으로 2년 전 같은 기간의 2.6배로 급증했다고 한다. 실손보험이 환자의 비용을 대신 부담해주는 도수·체외충격파 치료, 무릎 줄기세포주사 등 ‘비급여 진료’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손보험에 의존해 병원을 과도하게 찾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의 대부분을 보상해주는 보험 상품이다. 국내 5대 손해보험사의 올해 1분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8%로 작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보험료로 가입자에게 받은 것보다 많은 보험금이 나가 초과한 만큼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약 40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도입 초기에 보험사들이 상품을 안이하게 설계한 데다, 복지·금융 당국의 관리 소홀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기형적 의료 체계를 키우는 온상이 돼 왔다. 병원들은 수입을 늘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가격을 정한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권하고, 환자들 역시 자기 부담이 적다 보니 의사의 권유에 따라 불필요한 진료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부 환자들의 의료 서비스 과소비를 다른 건강·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대신 부담하는 비정상적 의료 체계는 오래 유지될 수 없다. 정부는 의료 선진국들의 선례를 참고해 비급여 진료 보장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실손보험 체계를 철저히 뜯어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