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만드는 경북 온오프라인 관객 5000여 명 호응… 첨단 기술-문화 시너지 효과 증명 2029년까지 구미에 1000억 투자… ‘버추얼 휴먼 특화 거점’ 조성 박차 인력 양성과 콘텐츠 개발에 집중
15일 경북 구미시 금오산도립공원 특설 무대에서 참석자들이 국제 AI·메타버스 영화제 개막을 알리는 슬레이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하는 미래 산업 육성에 팔을 걷었다. 지구촌 경계를 온라인에서 넘나들면서 경제 문화 관광 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도는 인구 감소와 저성장 문제,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의 복합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메타버스는 가공 혹은 추상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3D)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디지털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도는 다양한 문화 관광 콘텐츠를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해 경제 산업 성장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젊은 인재를 양성하고 세계적인 전문기업을 유치해 신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 첫 신호탄 국제 메타버스 영화제
경산에서 온 오수호 씨(33)는 “영화제 소재가 참신했고, 높은 수준에 놀랐다. 내년 2회 행사가 벌써 기대된다”며 “국내외 많은 관객들이 찾는 명품 영화제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는 지난해 10월 미국 뉴포트비치와 메타버스 영화제 추진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키르기스스탄과 국제 스마트폰 영화제 협약을 맺으면서 영화제를 기획했다. 올해 3월 실시한 영화제 공모전에서는 미국 중국 인도 등 해외 42개국 527편의 작품이 응모했다.
15일 열린 개막식에는 영화 ‘별들의 고향’ 이장호 감독을 비롯해 양윤호, 장철수 감독과 배우 정태우, 서지수 등 국내 영화인들이 함께했다. 그레그 슈렝크 미국 뉴포트비치 영화제 조직위원장, 에센굴 우울루 츤그츠 키르기스스탄 문화부 차관, 태국 등 해외 영화계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날 공모전 시상식에서는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페인 인도 이스라엘 그리스 슬로베니아 등 10개국 총 22편의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 부문 대상은 김소희 감독이 제작한 ‘마이 디어(My Dear)’가 받았다.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이 영화는 청각장애 대학생이 AI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영상 부문 대상은 러시아 출신의 세르게이 코친체프 감독이 제작한 ‘자장가(Lullaby)’에 돌아갔다. 우크라이나 동요를 모티브로 생성형 AI 그림 자동완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영화제는 AI 및 메타버스 신기술과 영화의 융합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행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윤호 영화제 예술 총감독은 “영화 제작에 AI, 메타버스 활용도가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라며 “출품작들이 기술력의 확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에서 첫 단추를 끼운 영화제가 꾸준히 발전해 글로벌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했다.
● 미래 신산업 성장 기대감
경북도는 이번 영화제가 메타버스 산업과 AI 기술 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낸 모범 사례라고 보고 있다. 이 축제를 계기로 메타버스 인프라를 크게 확대하는 한편 첨단 기술과 문화 예술의 융합을 통한 혁신적인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내년부터 2029년까지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구미에 조성하는 버추얼(가상) 휴먼 특화 거점이 대표적이다. 낡은 산업단지 터를 활용해 버추얼 스튜디오 및 콘텐츠 연구, 한류 체험장, 버추얼 공연장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문경에는 메타버스 디지털 미디어 혁신 허브를 조성한다. 기존 촬영 인프라와 연계한 최첨단 디지털 미디어 산업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산에는 생성형 AI 등을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 제작 지원하는 실증 활용 센터도 구축한다.
구미=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