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원전 갈등’ 재점화 정부, 원전 증설 등 전기본 공개… “재생에너지 목표 못 채워” 비판 전쟁발 에너지 대란-전력 수요 폭증… 프랑스-영국 등 원자로 추가 건설 산업계 “전 세계가 탈원전서 유턴”… 환경단체 “태양광-풍력 더 실용적”
정부는 지난달 말 신규 원자력발전소(원전) 3기 추가 건설 등의 내용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전기본에 근거해 안정적인 중장기(15년) 전력 수급을 위한 수요 예측 및 전력 설비 설계 등을 2년마다 진행한다. 하지만 기후·환경단체들은 이번 전기본에 대해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력 발전의 종류와 비중을 두고 정부와 환경단체들이 갈등을 빚는 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 “재생에너지 늘렸다” vs “비중 제자리”
전력 생산은 사용 에너지를 기준으로 원전,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나뉜다. 11차 전기본은 2030년까지 전력별 발전 비중을 원전 31.8%, LNG 25.1%, 재생에너지 21.6%로 계획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기후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한국은 2030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영국은 2022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40%, 독일은 지난해 50%를 넘어섰다”고 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1차 전기본에서 발표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2030년 21.6%, 2038년 32.9%)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 전력 사용량 급증에 ‘탈원전’서 후퇴
11차 전기본에는 원전 발전 비중을 2030년 31.8%, 2038년 35.6%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원전은 ‘무탄소 발전’으로 분류된다. 재생에너지에 비해 생산 단가가 낮고 자연의 영향을 덜 받아 풍력이나 태양광보다 안정적이다. 다만 원전 확대를 두고 핵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노후 원전 해체 비용 등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서 천연가스 수입이 줄면서 에너지 대란을 겪었다. 이후 내부적으로 에너지 자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전력 수요량도 크게 늘었다. 올 1월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력보고서에 따르면 챗GPT 요청 1건당 필요한 전력은 2.9Wh(와트시)로, 구글 1회 검색(평균 0.3Wh)과 비교하면 10배에 가깝다. 데이터센터 설립도 늘고 있다. 2022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한 전력은 460TWh(테라와트시)로 한국 1년 전력소비량의 약 80%에 달한다. IEA는 2026년에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사용 전력이 2022년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환경단체 “재생에너지에 집중해야”
올해 3월 유럽연합(EU)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원자력 정상회의’를 열고 원자력 사용과 에너지 안보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에도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풍력이나 태양에너지 같은 재생에너지가 훨씬 더 실용적이고 가치가 있다”며 회의 자체를 규탄했다. 외신 역시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회의”라고 평가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