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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예술 영역 넓히겠지만 예술가 창의성은 못따라 갈것”

입력 | 2024-06-18 03:00:00

AI 다룬 스페인 소나르 페스티벌
‘창조산업의 미래’ 공연-전시-포럼
AI로 만든 소설, 작가가 낭독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소나르 페스티벌’에서 작가 팀 모한이 생성형 AI로 쓴 소설 ‘2 Tired 2 Prompt(투 타이어드 투 프롬프트)’를 낭독하고 있다. 작품은 AI가 향후 10년간 예술계에 미칠 영향을 디스토피아로 그려냈다. 바르셀로나=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2028년, 팝스타들이 사라졌다. 뮤지션에게 주는 저작권료가 못내 아까웠던 음원 플랫폼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음악을 찍어내서다. 2034년, AI 기술이 인륜적 질서마저 무너뜨리자 시민들이 데이터센터를 공격한다. AI 대기업들은 폭동을 진압하고자 3차원 프린터로 뽑아낸 사병(私兵)을 배치하고 인터넷망을 전부 차단하며 이렇게 말한다. “You Are Not My Problem(너는 내 알 바 아니고).”

14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나르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2 Tired 2 Prompt(투 타이어드 투 프롬프트)’의 줄거리다. 작가 팀 모한이 생성형 AI를 사용해 ‘AI가 향후 10년간 예술계에 미칠 영향’을 소설로 만들어 낭독했다. 올해 제31회를 맞은 소나르 페스티벌에선 ‘AI와 창조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각종 공연과 전시, 포럼이 펼쳐졌다. 페스티벌 현장에서 국내외 예술가들을 만나 이들이 내다본 AI 예술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AI를 통한 예술의 확장 가능성에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있다. 전자음악 뮤지션 롭 클로스는 “AI는 내게 팔 10개를 더 달아줬다. 전문성이 부족한 여러 장르에 쉽게 접근하게 해준다”고 했다. 축제 기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아트코리아랩 부스에서 작품을 전시한 장윤영 작가는 “누구나 AI의 도움을 얻는 시대에선 분야별 전문가와 비전문가 간 경계가 흐려지기 마련”이라며 “작품의 외형보다 메시지와 목적이 더욱 주목받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AI가 예술의 민주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에서 음악기술을 연구하는 세르히 호르다는 “이미 뮤지션들은 디지털 작업 툴을 이용함으로써 대형 제작사에 맞먹는 퀄리티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AI는 더 나아가 감상자에 머물렀던 이들을 창작자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인간 예술가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역부족’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정동훈 작가는 “AI는 너무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나머지 일반론적인 결과물을 내놓는다.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인간과 AI가 협업해야 한다”고 했다. 작가 마르타 페이라노 역시 “생성형 AI는 인간이 구축한 데이터와 표현을 흡수해 자동적 기술을 구사할 뿐 현실 맥락을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생각은 AI가 내놓은 대답을 읽은 ‘우리’가 무의식중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