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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여 돌아오라”… 상영관 개조 탈출게임, ‘13분 영화’까지

입력 | 2024-06-18 03:00:00

코로나 끝나도 회복 안된 관객… 대형 멀티플렉스 새로운 시도
롯데 ‘라이브 시네마관’ 인기몰이… 상영관 헐고 새 수익 모델 창출
CGV, 쇼트폼 세대 겨냥 ‘스낵영화’… 10분 안팎 러닝타임, 요금 1000원
“결국 영화적 감동으로 승부해야”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의 ‘라이브 시네마관’ 내부 모습. 관객은 드라마 세트장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전문 배우들과 역할극을 하며 탈출 게임을 할 수 있다. 기존 상영관을 헐고 조성했다. 롯데컬처웍스 제공



서울 마포구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 내 187석 규모의 한 상영관. 컴컴한 입구를 통과하자 눈앞에 스크린과 익숙한 영화관 좌석 5개가 보였다. 내부는 마치 드라마 세트장 같다. 5인 1조로 입장한 관객들이 작은 스크린 앞 좌석에 몸을 싣자 학창 시절을 보여주는 영상이 재생됐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이란 설정으로 어느새 도착한 낯선 시골 동네. 어리둥절한 관객들의 눈앞에 시골 민박집과 슈퍼마켓이 펼쳐진다. 끼이익, 문이 잠기고 어딘가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도는 시골 마을에서 관객들은 전문 배우들과 함께 살아서 나가기 위한 일종의 탈출 게임을 시작한다. 15일부터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라이브 시네마관’ 모습이다.

팬데믹 이후 줄어든 관객 수가 회복되지 않자 대형 멀티플렉스 회사들이 생존 경쟁에 나섰다. 상영관을 헐고 새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드는가 하면, 긴 상영 시간을 힘들어 하는 ‘쇼트폼 세대’를 위해 약 13분 분량의 ‘스낵 영화’를 개봉하는 실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극장가의 변화에 관객의 반응은 뜨겁다. 3∼5명의 한정된 관객이 100분간 체험에 나서는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의 ‘라이브 시네마관’은 티켓가가 24만 원으로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7월 말까지 주말 회차는 전체 매진될 정도로 인기 있다. 평일 역시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 이후 회차는 모두 매진됐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영화관에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행사였는데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 있는 단편영화 ‘밤낚시’ 포스터 및 홍보물(오른쪽 사진). 러닝타임이 12분 59초인 ‘밤낚시’의 티켓 가격은 단돈 1000원이다. CGV가 10분 내외의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CGV는 14일부터 6일간 현대자동차가 제작하고 배우 손석구가 기획·주연한 12분 59초짜리 단편영화 ‘밤낚시’를 전국 15개 상영관에서 단독 상영한다. 10분 안팎 러닝타임의 영화가 CGV에서 정규 상영되는 것은 처음. 티켓가는 단돈 1000원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뜻에서 ‘스낵무비’라고 이름 붙였다. 영화는 개봉 첫날인 14일 사전 좌석 판매율이 80%를 넘었다. CGV 강남, 여의도 등에선 심야 시간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매진됐다. 16일까지 누적 관객은 1만6636명, 전체 박스오피스 9위로 깜짝 선전하고 있다. “장편영화로 만들어 달라” “상영 시간이 짧아서 아쉬우니 다른 영화 한 편 더 예약하고 가라” 등의 관객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CGV 관계자는 “‘밤낚시’는 관객들이 10분짜리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올지 실험한 ‘테스트 베드’였는데 반응이 좋다. 앞으로도 관객들이 관심 가질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극장에 상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멀티플렉스 회사들이 새로운 시도에 적극 나서는 것은 결국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이어지는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은 총 1억2514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55.2%에 그쳤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84억 원을 기록했고, 메가박스 역시 영업손실 178억 원으로 적자 폭이 늘었다. CGV만 지난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직 정상 궤도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멀티플렉스 회사들의 수입 구조 다변화 노력은 일시적으로 관객 유입과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것이 확대되고 장기화된다면 영화관의 본질적 가치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영화관은 영화적 감동을 더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