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신춘수가 제작한 뮤지컬 한국계 디자이너 린다 조 수상 ‘아웃사이더’ 김수연 조명상 받아
린다 조(왼쪽), 김수연.
미국 연극·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한국계 디자이너 두 명이 각각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제77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한국계 무대의상 디자이너 린다 조가 의상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
린다 조는 시상식 직후 현지 매체 브로드웨이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개츠비’엔 정말 특별한 게 많다. 프로듀서는 한국인(제작사 오디컴퍼니 대표 신춘수)이고 여주인공은 아시안”이라며 “이 뮤지컬 의상을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했다. 그들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서울에서 태어난 린다 조는 생후 9개월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 갔다. 의사가 꿈이었으나 길을 틀어 캐나다 맥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 연극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브로드웨이 데뷔작인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로 2014년 토니상 의상디자인 부문을 거머쥐었고 10년 만에 같은 부문을 수상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여주인공 데이지 역을 맡은 배우 이바 노블러자다의 화려한 드레스 10벌을 포함해 총 350여 벌의 의상을 디자인했다.
특히 ‘위대한 개츠비’는 국내 공연 제작사 오디컴퍼니 대표 신춘수 씨가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인이 단독 프로듀서로 나선 뮤지컬이 토니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린다 조는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1920년대 의상을 세련되고 멋지게 재현했다”며 “한국인이 브로드웨이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아갔다는 의미가 상당하다”고 했다.
하나 김 씨는 아버지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이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태어났다. 3세 때 한국에 들어와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서울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영화미술을 공부하고 싶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무대디자인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약 10년 동안 미국 공연계에서 무대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아웃사이더’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