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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전 일시정지’ 시행 2년, 제대로 아는 운전자 1% 안돼

입력 | 2024-06-18 03:00:00

보행자 없으면 우회전 가능한데
불필요한 대기에 정체 유발-갈등도
“대형차 사각 방지장치 의무화를”





우회전할 때 반드시 멈추도록 규정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정확하게 우회전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운전자는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이 올해 1월 발간한 ‘우회전, 돌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보고서에 따르면 우회전 방법에 대해 세부 내용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운전자는 400명 가운데 단 1명(0.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이 홍보하는 6가지 상황별 우회전 방법을 모두 맞힌 운전자는 3명(0.8%)뿐이었다.

경기연구원은 “전방 차량 신호가 파란불인데도 무조건 일시정지하거나, 보행자가 모두 횡단했는데 보행자 녹색 신호 동안 불필요하게 기다려야 하는 줄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불필요한 대기 행동은 차량 정체를 유발하고 운전자 간 갈등을 불러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운전자 75.3%는 우회전 일시정지 중 뒤따르던 차량이 경적이나 헤드라이트로 위협하는 등 보복성 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경기연구원은 혼란이 이어지는 이유로 경찰 단속과 법원 판결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꼽았다. 경찰은 전방 차량 신호가 적색이더라도 보행자가 없으면 일시정지 후 우회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우회전 관련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전방 차량 적색 신호 시 우회전을 하다 사고가 나면 신호위반으로 보는 판결도 혼재하고 있다.

이에 경기연구원은 일시정지 대신 차량 속도를 줄이는 것을 강조하는 운전 문화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규정이 애매한 일시정지보다 우회전 속도를 줄이는 것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사고 발생 요인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 경기연구원은 “저속으로 우회전하면 사각지대 통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건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사망사고와 같은 중상자 사고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스와 트럭 등 대형차량에 대한 사각지대 방지장치 의무화도 제안했다. 2022년 기준 보행자 도로횡단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 건수는 승용차가 2.8명, 대형차가 6.0명으로 2배 이상 높다. 중상자 비율도 1.2배 높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올해 7월부터 신규 트럭이나 버스에 3가지 사각지대 방지 보조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 경기연구원은 “국내 대형차에도 어라운드뷰(사방촬영영상), 사각지대 알림시스템 등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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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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