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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살인’ 숲에 뜬 드론… 2분만에 “의심인물 발견”

입력 | 2024-06-18 03:00:00

관악경찰서 ‘순찰드론’ 시범 운영
인적 드문 둘레길 경찰 대신 순찰
“실시간 영상 감시, 범죄예방 기대”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 목골산 둘레길에서 관악경찰서 소속 드론운용 요원이 순찰용 드론을 날리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올 3월 순찰용 드론의 비행이 허용됨에 따라 이날 인적이 드물고 경찰관 접근이 어려운 둘레길에서 처음으로 시범 운영에 나섰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7일 오후 3시경 서울 관악구 관악산생태공원 둘레길 입구.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경찰 드론 1대가 하늘로 떠올랐다. 목표는 공원 안에 숨은 경찰 직원 1명을 찾는 것이었다. 공원이 약 7만6000m²(약 2만3000평)로 넓은 데다 나무가 우거졌지만, 드론 조종사는 숨은 직원을 2분 만에 찾아냈다. 드론에 탑재된 열화상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내온 덕분이었다. 서울에서 처음 실시된 ‘순찰용 드론’ 시범 운영 현장이다.

관악경찰서는 이날 순찰용 드론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올 3월 경찰 ‘무인비행장치 운용규칙’이 개정되면서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 목적으로도 드론을 활용할 수 있게 되자 서울 내 31개 관서 중 처음으로 시범 운영에 나선 것. 관악경찰서는 소속 경찰관 중 드론 조종 면허를 가진 직원 7명을 선발해 순찰팀을 구성했다.

이날 드론을 시범 비행한 곳은 지난해 8월 최윤종(31)이 30대 여성을 살해한 장소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이었다. 최윤종은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를 물색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둘레길을 산책하던 주민 김모 씨(60)는 “지난해 살인 사건 이후 새벽이나 저녁에 혼자 산책하는 게 불안했는데 드론이 정기적으로 순찰한다니 안심된다”고 말했다. 박민영 관악경찰서장은 “평소 경찰의 접근이 어려웠던 지역에 대한 범죄 예방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간 경찰 드론은 실종자 수색이나 재난·테러 대비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사생활 침해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찰 드론이 실종자 수색 등 다른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고 사건과 무관한 촬영 영상은 30일 이후 파기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면서 순찰에도 쓸 수 있게 됐다. 올 4월 전남 고흥경찰서는 몰래 양귀비를 키우던 현장을 드론으로 적발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지난달 27일부터 범죄 예방을 위해 순찰용 드론을 띄우고 있다.

국토가 넓고 총기 등으로 인한 경찰관 피해가 많은 미국 경찰은 일찍이 드론을 도입해 각종 범죄 예방 활동에도 활용하고 있다. 2017년 캘리포니아주 출라비스타 경찰(CVPD)은 911신고에 대응하기 위한 드론을 미국 최초로 도입해 최근까지 약 2만 건 활용했다. 미국에선 드론을 활용하면 경찰 출동 비용을 90%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이병석 경찰대 국제대테러연구센터장은 “드론 활용으로 채증과 추적 등에서 인력과 시간을 절약하면 다른 임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