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구 중구청
식당 바닥에 맥주를 쏟아버리고는 이를 치우려 하는 사장에게 “기분 나쁘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인 ‘갑질 공무원’ 논란이 커지자 대구 중구청장이 사과했다.
대구 중구청은 18일 구청 홈페이지에 구청장 명의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대구 중구는 사과문을 통해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중구청 직원의 맥주 사건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해당 업체 사장님과 주민 여러분, 그리고 이번 사건을 접하신 많은 분께 사과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른 모든 행정적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 중구청은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 등 관련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현재 아내와 단둘이서 매장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A 씨는 해당 글을 통해 최근 마감 직전 시간에 40~50대 남성 4명이 손님으로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약간 술을 마신 상태였고, 매장 홀 마감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이용이 힘들다고 안내를 드렸지만 딱 30분만 먹고 가겠다고 해서 경기도 어려운데 한 팀이라도 더 받아보자는 생각에 손님을 받았다”고 했다.
이 손님들은 치킨과 술을 주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밑이 맥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당시 매장에 있던 A 씨 아내는 배달기사들이 다니는 매장 통로에 맥주가 쏟아진 것을 보고 사고가 우려돼 “물을 흘리셨나요?”라고 물어봤으나, 그중 1명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고 일행은 서로 “왜 그랬냐. 네가 그런 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장난을 쳤다.
영상=온라인커뮤니티
이후 A 씨의 아내는 키친타월로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고, 남성들은 A 씨 아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계산을 하고 곧바로 가게를 나갔다. 이들이 나가고 A 씨 아내가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데 이 손님들이 다시 돌아왔다.
A 씨는 “주방에서 치킨을 튀기다가 고함지르는 소리가 들려서 놀라서 홀로 갔는데, 남자분들이 아내에게 소리 지르고 협박하고 있는데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사람이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나니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이들은 A 씨를 향해서도 “당신이 사장이냐. 무조건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야 하는 거 아니냐”,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동네 모르는 사람 없다.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SNS에 가게 상호 올려서 바로 장사 망하게 해주겠다” 등의 으름장을 놨다. A 씨는 “터무니없는 협박에 무서웠지만 순간 겁이 나서 아무 말도 못 했다”고 속상해했다.
하지만 CCTV를 돌려보자 손님 중 한 남성이 반복적으로 술을 바닥에 붓고 있는 장면이 담겼다. A 씨가 첨부한 CCTV 영상을 보면 단순히 술을 흘린 것이 아니라 일부러 버리는 듯한 행동이 목격된다.
A 씨는 “맥주를 바닥에 일부러 붓고 아내에게 2명이 욕설과 협박을 하는 장면을 보니 그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힘들다”며 “그날 이후로 잠을 이루기 힘들고 부인은 가게에 못 나오겠다고 하더라”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