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NOW] 맛-가격 둘 다 잡은 냉동김밥 인기… 작년 쌀가공식품 수출액 역대 최고 美선 ‘김밥 오픈런’… 구매량 제한도 대기업도 김밥시장 잇따라 뛰어들어
미국의 유통업체 트레이더 조에서 판매 중인 한국의 냉동 김밥. 이 김밥이 인기를 끌면서 트레이더 조는 ‘1인 2줄’ 구매량 제한을 걸기도 했다. 동아일보DB
요즘 가장 핫한 식품을 꼽으라 하면 단연 ‘김밥’이다. 그것도 해외에서. 지난해 8월, 한국계 미국인 세라 안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미국 트레이더 조(TraderJoe’s)에서 구입한 냉동 김밥을 시식하는 장면이 틱톡에서 1370만 회, 인스타그램에서 880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부터다. 트레이더 조에서는 김밥 오픈런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김밥을 구하고 싶어도 매번 품절 대란이라 1인 2줄 구매량 제한을 걸기도 했다.
사실 국내에 사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도 만들 수 있고, 동네 어디서나 즉석으로 김밥을 말아주는 김밥 전문점, 다양한 맛으로 차별화된 편의점 김밥들이 있기 때문에 냉동 김밥에는 별로 기대가 없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필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트레이더 조에 납품 중인 중소기업 올곧의 ‘바바 냉동 김밥’을 구입해 맛을 봤는데 가히 혁신적이었다.
전자레인지에 조리해도 김은 바삭했고, 밥알은 촉촉했고, 단무지, 우엉, 시금치, 당근 등 채소 본연의 단맛과 식감이 살아 있었다. 인기 메뉴인 참치마요김밥은 온라인 마켓에서 한 줄에 4400원에 판매 중인데 시중에 있는 김밥 전문점을 위협할 만큼 푸짐한 양에 저렴한 가격까지 놀라웠다. 급할 땐 오히려 배달비를 내고 즉석 김밥을 주문해서 먹느니 냉동 김밥을 사두고 먹는 게 낫겠다는생각도 들었다.
김밥의 인기는 SNS 콘텐츠의 바이럴 효과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김밥 원재료의 맛을 촉촉하게 보존하는 고도의 급속 냉동 기술, 얼려도 옆구리가 터지지 않는 수분 제어 기술, 특별한 포장 용기와 경제 불황 속에서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자 하는 수요와 비건 열풍, 글루텐 프리 열풍, K팝과 K드라마 등 다양한 K콘텐츠 인기 같은 요인 외에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수출의 문을 두드린 중소기업의 열정이 합쳐진 결과다.
국내 냉동 김밥의 원조인 경남 하동군의 ‘복을 만드는 사람들㈜’에 따르면 초창기에 해외에서 ‘스시’의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코리안 스시’라고 이름을 변경하면 더 잘 팔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유혹이 있었지만 한국 고유의 음식인 만큼 ‘KIMBAP’이라는 이름을 고수했다고 한다.
트레이드 조에 김밥을 납품 중인 국내 중소기업 올곧의 ‘바바 냉동 김밥’. 올곧 홈페이지 캡처
김밥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엔 대기업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김밥의 주재료인 김을 만드는 ㈜광천김도 냉동 김밥 사업에 뛰어들었다. 올 4월 자체 생산 기술과 공장을 설립해 ‘도트’라는 냉동 김밥 브랜드를 선보였고 4개 라인에서 하루 최대 8만 줄의 냉동 김밥 생산 여건을 갖췄다. 사조대림은 사조 참치를 넣은 참치김밥과 유부우엉김밥, 버섯잡채김밥을 출시해 36t가량의 물량을 출고했다.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등도 김밥 수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경 푸드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