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일본 오사카행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11시간 지연됐다. 문제는 지연 상황이 빚어진 이유였다. 결함이 발생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행 여객기를 오사카행 여객기와 바꾸면서 발생한 일임이 드러난 것이다. 항공기 지연 보상액을 줄이려고 상대적으로 비행시간이 짧은 노선 승객에게 피해를 떠넘긴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상법 제907조는 운송 사업자에게 지연에 따른 피해 책임을 지도록 한다. 다만, 사업자의 고의 및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한국 상법은 2014년의 몬트리올 협약에 근거해 여객 1명당 책임 한도를 4694SDR(약 740만 원)로 정했다. 그런데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상법 제907조를 적용한 판례를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다. 사실상 상법 907조에 따라 피해를 인정받은 사례가 없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은 EC261이라는 자체 규정을 가지고 있다. EU 회원국 영토 내 공항에서 출발·도착하는 대부분의 항공기에 적용된다. 운항 거리와 지연 시간 등에 따라 250∼600유로를 보상한다. 지연에 따른 식사와 숙박, 교통 등의 조치는 별개로 제공해야 한다.
EC261은 여러 소비자 보호 규정 중 가장 강력한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외항사 임원은 “EU는 소비자 입증이 낮아서 일정 조건만 성립하면 바로 보상을 해주도록 규정돼 있다”며 “소비자 편만 들어주는 법이라는 불만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EU처럼 소비자 권익을 좀 더 강화하는 방향의 입법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소비자 보상 수준이 높아지면 항공사들이 운항이 어려운 상황에도 무리하게 운항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높아진 보상을 항공 운임에 전가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알게 모르게 지연에 따른 손해를 보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소비자 권리 보호와 항공사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