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6.18/뉴스1
최근 개편 논의가 불붙은 상속세처럼 경제 발전과 소득·자산가격 상승 등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불합리한 세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개정 건의를 받았더니 역대 최대인 1422건이 접수됐을 정도다. 수십 년간 방치된 낡은 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자동차를 살 때 차 가격의 5%를 떼어가는 개별소비세가 대표적이다. 개소세는 1977년 보석·고급 모피 같은 사치품의 무분별한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특별소비세란 이름으로 도입됐다. 당시만 해도 국민의 1% 정도만 차를 보유했다. 지금은 국민 2명당 1명꼴로 차를 소유할 만큼 필수품이 됐는데도 세수 비중이 크다는 이유로 47년째 사라지지 않고 있다. TV·냉장고·에어컨 등이 일찌감치 개소세 대상에서 빠진 것과 비교된다.
근로자 월급에서 매달 원천징수하는 근로소득세도 마찬가지다. 과표 구간을 쪼개 더 복잡해졌을 뿐 세율 24%를 적용받는 상한선인 8800만 원은 2010년 이후 그대로다.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임금이 제자리거나 줄어도 명목임금 상승만으로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구조여서 ‘소리 없는 증세’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낡은 세법은 국민 불만을 넘어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가 민생대책으로 개소세 인하 조치를 남발하다 보니 세율이 높을 때 차 구매를 미루는 소비절벽이 생긴다. 배당소득이 높은 세율의 금소세로 합산 과세되는 탓에 증시 저평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들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거나 합리적 수준을 넘어선 세금을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조세정책 순위를 8계단 낮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세제에 대한 근본적 수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