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통령실 ‘금리 인하론’에, 한은 “체감물가 높아”

입력 | 2024-06-19 03:00:00

이창용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
성태윤 “물가목표 2%에 가까워”
금리 인하 놓고 미묘한 기싸움
일각선 “시장 혼란 부추길 우려”





한국도 기준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조기인하론’을 띄운 대통령실의 발언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금융통화위원들이 여러 의견을 보고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내에서 기준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엇갈린 의견이 나오면서 통화정책 독립성에 대한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며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선진국 대비 생활비 수준이 1.6배로 높아 국민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고 맞서고 있다.

● 용산발 ‘조기인하론’에 “좀 더 지켜봐야”

앞서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은 16일 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상승률이 물가 안정 목표인 2%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내수 회복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등 국내 상황을 고려해 정책실장이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논란을 무릅쓰고 ‘조기인하론’에 총대를 멘 모양새다.

성 실장은 “다른 국가들도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화정책을 좀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 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데 이어 최근 캐나다와 스웨덴, 스위스도 금리를 인하했다.

반면 한은은 아우구스투스 로마 황제의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라는 정책 결정 원칙을 언급하면서 신중한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에 예상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나갈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조기인하론에 선을 그었다.

이런 정부와 한은의 기싸움이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와 한은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둬야 한다”고 말했다.

● “선진국의 1.6배 생활비… 구조개선 필요”

한은은 국민들의 체감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우리나라 물가 수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식주 물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대비 5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식료품 물가 수준은 1990년 OECD 평균의 1.2배였지만 지난해 1.6배로 격차가 더 커졌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무언가 구조적인 요인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초 5.0%에서 올해 5월 2.7%로 낮아졌지만 국민들께서 피부로 잘 느끼시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떠한 구조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해 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통화정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료·대중교통 등 한국의 공공요금은 지난해 기준 OECD 대비 27% 낮다. 이에 대해 한은은 “생산비용 대비 낮은 공공요금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공공서비스 질 저하 문제 등을 야기한다”며 단계적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