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 자동화 현장 4명이 하던 고위험 작업, AI가 대체… 물자 분류-저장 등도 로봇이 대신해 포항제철소에도 자동화 센터 계획… “생산성-현장 안전성 끌어올릴 것”
전남 광양 포스코 풀필먼트센터에서 자재를 입출고하는 로봇들이 움직이는 모습. 포스코DX 제공
14일 오전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4도금공장. 2m짜리 로봇팔이 아연이 녹아 있는 460도 고온의 포트 속에서 이물질을 걷어내고 있었다. 도금 공정에서 순도를 높이기 위해 포트의 이물질 제거 작업은 필수다. 얼마 전까지는 작업자 4명이 위험을 감수하고 하루에 10회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 작업의 완결성도 중요하지만 고온의 쇳물로 인한 화상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4월부터 이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게 됐다. 포트 주변 카메라에 설치된 인공지능(AI)이 이물질 분포를 분석하고 로봇이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긁어냈다. 이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이날 포스코DX와 포스코는 첨단 기술을 제조 공정에 도입해 현장의 안전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과 AI 등의 기술이 위험도가 높고 단순 움직임을 반복해야 하는 ‘고위험·반복 노동 작업’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서신욱 포스코 광양도금부 차장은 “화상 등의 사고 발생이 가능한 고위험 현장이었지만, AI와 로봇기술을 통해 수작업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풀필먼트센터는 포스코DX와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4월 준공한 일종의 자재보관창고로, 광양제철소에 필요한 자재 조달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제조업 최초로 구축했다. 기존에 300여 개의 창고에 분산돼 보관되던 자재들을 한곳에 모았다. 100kg이 넘는 배관 장비부터 펜과 지우개, 빗자루 등의 용품까지 빽빽이 분류돼 배치돼 있었다.
물자의 분류, 저장, 출하 등 자재창고의 대다수 작업들이 로봇 등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졌다. 작업자가 손에 끼운 웨어러블 기기와 태블릿PC를 통해 센터에 도착한 배관 장비를 스캔하자 모니터에 장비의 크기, 무게가 곧바로 화면에 표시됐다. 또 어느 공간의 어느 위치에 자재를 보관해야하는지도 자동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물류를 대·중·소 3종류로 나눠 지정된 저장장소에 보관한다. 이렇게 분류된 결과에 따라 각 저장장소 앞으로 자재를 옮기는 것까지가 사람의 역할이다. 실제 복잡하고 거대한 규모의 저장고를 오가면서 물류를 입출고하는 것은 기계가 도맡아서 처리한다.
고개를 끝까지 젖혀야 간신히 꼭대기가 보일 정도로 까마득한 28m 높이의 창고에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크레인이 가파른 창고를 오가며 자동으로 자재를 운송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30kg 미만의 소형 자재를 보관하는 또 다른 큐브형 창고 ‘오토스토어’는 로봇 10대가 물류를 마치 ‘인형뽑기’ 하듯이 보관하고 출하했다. 이 로봇들은 충전량이 20% 미만이면 자동으로 근처에 위치한 충전기로 이동해 충전을 시작한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뿐 아니라 포항제철소에도 이러한 자동화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로봇, AI, 디지털트윈 등 첨단 디지털전환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현장 안전성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공장 구현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