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민주항쟁 37주년 기념 토론회 野독주-거부권 등 정국우려 목소리
“1987년 이후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가장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제는 민주주의가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이런 ‘경고음’이 켜졌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1987년 6·10항쟁 37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자리. 이 이사장과 성 전 총장의 민주주의 현주소에 대한 양자 대담 및 언론, 노동, 학계 인사들의 이견이 오갔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나눌 필요성도 다시 제기됐다. 이 이사장은 “(현 정부가) ‘내치는 내각에 맡길 테니 총리는 국회에서 뽑아라’처럼 획기적인 무언가를 제시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협상해야 한다”며 “특히 임기 말에는 다음 정권부터는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는 분권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성 전 총장은 “4·10총선 이후 처음으로 현실 정치에서 대통령과 적대적인 의회 다수파가 형성됐다”며 “앞으로 여야 간 갈등은 생각했던 것보다 과격한 방향성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 도어스테핑을 진행했지만 말썽이 생기자 이후 2년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예는 거의 없었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1987년 이후 평화적 정권 교체가 네 번 이뤄진, 외형적으로는 민주주의에 성공한 나라 같지만 국민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여기고 있다”며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새겼으면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토론에서는 정현백 성균관대 명예교수, 최응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상임부위원장 등 각계 인사들이 의견을 나눴다. 정 명예교수는 “2000년대에 들어와 시민사회가 이념적으로 분화됐기 때문에 과거처럼 시민운동이 (정치의) 중재자 역할을 하기 어려워졌다”며 “양극화를 확산시킨 장본인인 정권과 정당들의 화해와 통합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상임부위원장은 “저출생 고령화와 기후 위기 등 복합 위기인 상황에서 노사정의 더 긴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