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햄버거나 피자 같은 정크 푸드 섭취로 위안을 얻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는커녕 되레 불안과 우울감을 키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고지방 식단이 장내 세균을 교란시키고 다른 작용을 하도록 해 장과 뇌를 연결하는 복잡한 경로를 통해 뇌 화학물질에 영향을 미쳐 불안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 연구진이 동물실험에서 발견했다고 17일(현지시각) 뉴로사이언스뉴스가 보도했다.
국제 학술지 ‘바이오로지컬 리서치’에 이날 발표한 연구의 주 저자이자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캠퍼스 통합생리학과 교수인 크리스토퍼 로리는 “이런 음식들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단지 약간의 체중 증가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음식들이 불안을 촉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하면 그중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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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인간 청년기에 해당하는 쥐들을 두 무리로 나눠 한 쪽은 지방 함량 약 11%의 먹이를, 다른 쪽은 동물성 지방이 주를 이룬 고지방(지방 함량 45%) 먹이를 9주 동안 먹였다.
실험 기간 동안 쥐의 배설물 샘플을 수집해 장내 세균을 분석했다. 9주 후엔 쥐 두 무리의 행동 평가를 했다.
지방을 통제한 쪽과 비교해 고지방 식단을 먹은 무리의 쥐는 예상대로 몸무게가 증가했다. 그와 더불어 장내 세균의 다양성도 현저히 감소했다. 로우리 교수는 일반적으로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건강에 더 좋다고 설명했다.
고지방 섭취 쥐들에겐 또한 장 내 유해균류 중 하나인 피르미쿠데스(Firmicutes)가 훨씬 더 많이 존재했고, 장 내 유익 균인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라는 세균군의 비중은 낮았다.
‘뚱보 균’으로 불리는 피르미쿠데스 균은 에너지를 과잉 저장해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성 지방에 민감해 육류를 먹는 즉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박테로이데테스 균은 열량을 과잉 섭취하는 사람의 장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피르미쿠데스 균의 증가와 박테로이데테스 균의 감소는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지방 식이 그룹은 신경전달 물질 세로토닌의 생성과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세 가지 유전자(tph2, htr1a, slc6a4)의 발현이 높았다. 특히 스트레스·불안과 관련 있는 등 쪽 솔기핵(dorsal raphe nucleus) cDRD로 알려진 뇌간 영역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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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지방 식단만으로도 뇌에서 이러한 유전자들의 발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고지방 섭취 그룹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높은 불안 상태의 분자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로우리 교수는 건강에 해로운 마이크로바이옴(체내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이 장 내벽을 손상해 박테리아가 위장 관에서 뇌로 가는 경로인 미주신경을 통해 체내 순환계로 침투하여 뇌와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면서 나쁜 지방은 끊고 좋은 지방을 섭취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생선, 올리브유, 견과류, 씨앗에 함유된 지방은 항염증 효과가 있고 뇌에 유익할 수 있다면서 가능한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고 건강한 미생물 군집을 지원하기 위해 발효식품을 식단에 추가하며 피자와 감자튀김을 멀리하라고 말했다. 또한 햄버거를 먹을 때 아보카도 한 조각을 함께 넣으라고 조언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좋은 지방은 나쁜 지방을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