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지각'에 숨 가쁜 당일치기 일정…안보·경제 등 협력 주목 北주민, 꽃·풍선 흔들며 환영…리무진 타고 광장 지나
(평양 노동신문=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식 정상회담이 19일 낮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의 지각으로 훌쩍 줄어든 일정 동안 양측은 경제와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타스통신과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공식 일정을 김일성광장에서 시작했다. 1954년 건립된 김일성광장은 중요 정치 행사 및 집회, 외국 사절 환영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이번 푸틴 대통령 방북을 앞두고는 이곳에 대형 구조물이 설치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0년 이후 24년 만이다. 이날 공식 일정을 앞두고 김일성광장에는 색색의 풍선과 꽃을 든 북한 환영 인파가 몰려들었다. 러시아 언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조로친선’ 문구를 매단 애드벌룬도 등장했으며, 러시아 국기와 북한 깃발이 나란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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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후 본격적인 회담에 돌입했다. 약 90분으로 예상되는 이번 회담은 금수산영빈관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식 회담 외에 두 사람의 산책 및 차담 등이 일정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타스통신은 이날 두 사람이 90분의 회담을 포함해 최소 9시간을 함께하리라고 보도했다.
이날 회담에는 북한과 러시아 양측의 외교·국방 담당자 등 참모들이 다수 배석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을 비롯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환경 장관,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장관, 올레그 벨로케로프 철도공사 사장 등이 자리했다.
북한 측에서는 김덕훈 총리와 최선희 외무상,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 임천일 외무성 부상 등이 배석자로 이름을 올렸다. 주요 의제로는 국제 정세와 인도주의 관계 복원을 비롯해 안보와 경제, 에너지 분야 등이 두루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동아시아 안보에 영향을 미친 주요 안보 관련 협정도 체결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 협약을 거론했다. 일각에서는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수준의 조약 체결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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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푸틴 대통령의 이번 북한 국빈 방문은 당초 1박2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 도착이 늦어지며 졸지에 당일치기 방문으로 변경됐다. 푸틴 대통령은 평소 국제사회에서 ‘지각 대장’으로 악명이 높지만, 국빈 방문 국가에 이처럼 새벽에 도착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3시가 가까운 시각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으며, 김 위원장이 직접 그를 맞이했다. 배우자인 리설주와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최선희 북한 외무상 등 고위 인사들은 푸틴 대통령 도착 현장에서 포착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는 무려 4시간을 늦었으며, 2016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도 2시간 지각했다. 2019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도 2시간 가까이 늦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