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테라폼랩스가 설립된 2018년 4월부터 2021년 여름까지 총 81명의 초기 투자자가 존재했다. 스파이치 총리의 이름은 이 가운데 16번째로 기재됐다. 특히 그가 2018년 4월 17일 개인 자격으로 75만 개의 루나 코인을 개당 10센트에 구매한 사실이 적시됐다.
루나 코인은 2022년 4월 한때 개당 119달러(약 16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약 한 달 만에 폭락하면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만약 그가 루나 코인 75만 개를 최고가에 팔았다면 이론적으로는 9000만 달러(약 1230억 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는 의미다.
두 사람의 유착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권 씨가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던 시기인 2022년 말 인근 세르비아에서 스파이치 총리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몬테네그로 총선 직전에도 권 씨가 스파이치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보도가 현지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권 씨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다 적발됐으며 줄곧 구금 상태다. 한국과 미국 사법당국은 모두 권 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에 그를 어디로 송환하느냐는 범죄인 인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밀로비치 법무장관은 권 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나라로 보낼지는 오직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씨는 금융범죄 형량이 낮은 한국행을 원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