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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내부 “의협, 일방적 휴진 발표…우리가 장기판 졸인가”

입력 | 2024-06-19 16:35:00




전날 전국의사 총괄기대회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선언한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방침이 의협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시도의사회장들은 “처음 듣는 얘기다. 우리가 장기판 졸인가”라며 반발해 휴진을 하더라도 시기 방식 등의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도 의협 측의 공동 협의체 제안을 거절해 임 회장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무기한 휴진은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집회에서 처음 들은 얘기”라며 “시도회장과 회원들은 존중받고 함께 해야할 동료이지 임 회장 장기판의 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매번 이런 식의 독선적 일방적 회무(업무)가 단일대오를 무너뜨리고 투쟁을 실패로 이끌며 회원들의 분열과 허탈감을 크게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임 회장은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불통 스타일”이라고 지적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도 이날 “현실적으로 개원의들이 무기한 휴진하는 건 쉽지 않다. ‘무기한’이라는 말은 빼고 기한을 정해야 그나마 휴진할 수 있다”며 “시도의사회장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전날 동네병원 개원의의 휴진 동참율은 14.9%로 2020년 8월 전면휴진 첫 날(32.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협이 주도하는) 범의료계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며 전날 의협이 제안한 범의료계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의협의 3가지 요구안은 대전협의 7가지 요구안에서 명백하게 후퇴한 것으로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동의할 수 없다”며 “임 회장은 최대집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도 했다. 2020년 의사 집단휴진 때 전공의 동의 없이 정부와 합의해 반발을 샀던 최 전 회장 사례를 언급하며 임 회장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27일 무기한 휴진과 관련해 의대 교수들과도 협의하고 있는만큼 시도의사회장들에게도 양해를 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