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공식 환영식을 마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06.19. 뉴시스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을 두고 “북-러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 대해 중국 측이 이례적으로 ‘우려’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중국 측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양측의 불법적인 군사 협력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한반도 긴장 조성은 중국의 국익에도 반하는 만큼 중국 측에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은 이에 “북-러 교류가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중국이 통상 북-러 밀착에 대해 “관계 발전을 환영한다”, “양자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이번 한중 외교안보대화 개최를 먼저 제안했고, 북-러 정상회담 윤곽이 잡혔을 때도 날짜 변경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 중국 지방정부 중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신창싱(信長星) 장쑤성 당서기는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19일 방한했다.
우리 정부 안팎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에 노골적으로 밀착하는 북한을 향해 의도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문제의 ‘운전자’ 역할을 했던 중국이 북-러 밀착으로 러시아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북-러의 협력 강화를 경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 시간) “북한의 러시아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 또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외교적 수단’이라고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시 국무장관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와 북한이 가깝지 않았지만 둘 다 중국과 거리를 두려 애쓰고 있기 때문에 이상한 동맹(odd alliance)을 맺었다”라고 진단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