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지 4년 만에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베를린 지역의회 의원들의 영구 존치 결의 추진에도 관할구청이 소녀상 비문의 문구를 문제 삼아 철거 방침을 밝혔다.
재독 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에 따르면 베를린 미테구청은 18일(현지 시간) 소녀상에 대해 “문구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용인’하는 상태”라며 “이 협의가 실패해 더 이상 허가를 연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녀상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고, 이런 전쟁 범죄의 재발을 막으려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정의기억연대가 기증했다고도 돼 있다.
미테구청은 2020년 9월 소녀상 설치 당시에 비문의 내용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점을 문제삼아 철거를 명령했다. 하지만 소녀상을 설치한 코리아협의회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구청도 철거 명령을 보류한 바 있다. 구청 측은 2024년 9월 용인 기간이 만료되면 코리아협의회에 철거 요청을 할 계획이다.
미테구 의회는 20일 구청에 소녀상 영구 존치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논의한다. 구의회는 전에도 존치 결의안을 수차례 채택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