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들이 창의적 사고력은 높은 반면 이에 대한 자신감은 낮다는 국제 비교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하위 부문인 ‘창의적 사고력 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이 평가에 참여한 64개국 가운데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창의적 사고력에 대한 ‘자아 효능감’은 49위로 하위권이었다.
이번 결과는 한국 학생들이 공부는 잘하지만 창의력은 떨어진다는 통념을 깨는 것이어서 반갑다. OECD 회원국 중 28개국을 포함해 64개국 15세 학생들이 참여한 이번 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은 ‘다양한 아이디어 만들기’ ‘아이디어 평가하고 개선하기’ ‘사회적 문제 해결’ ‘과학적 문제 해결’ 등의 평가 항목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2020년 발표된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 평가에서도 한국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 성취도는 최상위권이지만 두 과목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는 세계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온 적이 있다.
이번 평가 결과를 보면 창의적 사고력 점수가 높은 나라 학생들이 자신감 점수는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었다. 우수한 학생들일수록 성취 목표가 높아 자신감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동양권 국가 학생들의 자신감이 대체로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어려서부터 겸양을 중시하는 문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서구 대학의 동양 유학생들이 수업 중에 질문도 잘 하지 않고 정확히 알지 않으면 답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성적 경쟁이 치열하고, 정답이 아니면 모두 오답으로 처리하는 평가 체계, 작은 실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한국 특유의 입시 제도도 학생들을 움츠러들게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