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1억2000만 원을 쓸 수 없다는 인식이 안타깝다.” 청주지법 재판부가 지난달 31일 ‘오송 참사’를 일으킨 공사 현장소장에 대해 법정최고형인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한 말이다. 이 돈이면 지난해 7월 충북 청주 미호천교 도로 확장 공사장에 홍수 방호벽을 설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건설사는 콘크리트 방호벽 대신 흙으로 임시 둑을 쌓았다. 제대로 다지지도 않았고, 높이도 모자랐다. 부실 공사였다. 이 둑이 무너지면서 인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14명이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판사는 “최소 징역 15년은 선고해야 했는데 한없는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다음 주면 전국이 대부분 장마권에 든다. 요즘엔 집중 극한 호우 탓에 하천 범람 위험이 더욱 커졌다. 그제 감사원이 지하 공간 침수 대비 실태를 점검한 보고서를 냈는데, 전국 지하차도 1086곳 중 제방 붕괴 시 침수 우려가 있는 곳이 최소 182곳이나 됐다. 그 가운데 159곳(87%)은 차량 진입 통제 기준에 인근 하천 홍수주의보 같은 외부 위험요인이 빠져 있는 등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였다. 132곳(73%)은 차량 진입 차단시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송 참사’를 겪고도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안전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한 지하차도 40곳 중 17곳은 지원을 받지 못해 차량 진입 차단시설을 설치하지 못했다고 한다. 환경부의 홍수 관리 대책은 시작부터 구멍이 나 있었다. 용역 계약을 맺었던 업체가 전체 하천의 6.3%인 235개 하천을 분석 대상에서 누락한 것이다.
▷지하 침수 사고가 반복됐던 7월이 코앞이다. 감사원 지적에 대해 행안부와 국토교통부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실제 얼마나 이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 비가 좀 많이 내리는 날이면 운전자들이 지하차도에 진입해도 될지 말지 불안해하는 게 우리 재난 안전 수준이다. 같은 비극을 얼마나 되풀이한 뒤에야 비로소 참사 예방에 전력을 다하려 하는가.
조종엽 논설위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