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알고리즘이 유해 콘텐츠 전파” 차단 확산 한국 청소년, 유튜브 등 SNS 중독-우울 심각 정교하고 과감한 규제 입법해 10대 보호해야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국 뉴욕주가 청소년에겐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 추천 콘텐츠 제공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각종 플랫폼에서 개인은 각자가 즐겨 찾는 콘텐츠의 특성에 근거한 알고리즘에 의해 유사 콘텐츠를 자동으로 누리게 된다. 어떻게든 사용자들을 플랫폼 안에 머물게 해야 돈을 버는 SNS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슈퍼 알고리즘에 의해 개인의 미디어 소비에 부합하는 자동 피드(게시물)를 제공한다. 소비자에게도 편리한 이 기능을 아예 법적으로 차단시키겠다고 뉴욕주 정부가 나선 것이다.
청소년을 포함한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개별 SNS가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제공하는 피드 기능을 막겠다는 것인데, 최근 규제에 돌입한 뉴욕주 의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SNS에서 알고리즘을 통해 제공되는 피드가 아이들을 “폭력적이며, 성적으로 노골적인 콘텐츠로 유도”하고 있으며, 결국 중독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핵심 변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SNS가 만드는 이 알고리즘 생태계는 “미성년자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로 귀결된다”고도 덧붙였다. SNS와 알고리즘이 미성년자들에게 미치는 유해성을 인정하며 각종 입법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미국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알고리즘은 수없이 많은 정보 가운데 나에게 맞는 맞춤형 정보만 쏙쏙 알아서 제공해주는 기능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우연히라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미디어가 알아서 삭제시키는 무서운 장치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혹시 얻을 수도 있었던 사고의 다양성을 뺏어가는 도구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용자를 편리하게 해주는 장치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극도로 편협하게 만들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바다 건너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꼭 필요한 입법이 아닐까 한다. 특히 미국산 대형 SNS 플랫폼에 뭔가 요구하기도 어려운 우리의 상황에서는, 차라리 더욱 정교하고 과감한 국내법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도 든다.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첫째,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인 우리 청소년들의 SNS 친숙도다. 한국 10대 청소년 3명 중 2명은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능은 유튜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각 주에서 알고리즘 차단법을 만들어야 하는 배경으로 꼽은 그 상황보다 우린 더욱 심각한 환경이란 뜻이다. 둘째는 우리 미성년자의 높은 우울 수준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심각한 현실과 연결된다. 비벡 머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지난해 5월 만약 청소년들이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할 경우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무려 2배 이상 높아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과 부모님들에게도 꼭 전달되어야 하는 정보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튜브를 포함한 SNS가 만드는 간과하기 어려운 부작용들은 이미 선을 한참 넘은 상태다. 최근 수년간 새롭게 등장한 용어들인 사이버렉카, 사적 제재, 온라인 혐오, 허위 정보, 라이브 자살, SNS 유서 등이 가능해진 주요 무대는 단연 SNS 공간이었다. 다양한 사고들이 터질 때마다 대국민 인식 개선 등 궁극적 해법들이 제기되긴 했지만, 정확한 효과성이 예상되는 즉각적 해결책은 관련 입법이 아닐까 싶다. 자연스럽고 점진적인 해결책만 기다리기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연일 새롭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 차단법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고안되는 SNS 및 유튜브 관련법이 속속 등장하기를 희망해 본다. 전 세계에서 정보기술(IT)을 가장 자주, 가장 많이 경험하는 미성년자들이 있는 곳인 만큼, 더욱 실질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정책으로 그들을 향한 선도와 보호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