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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최고의 선물” 예술 작품에 깃든 북미 원주민들 혼

입력 | 2024-06-20 03:00:00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국립중앙박물관, 美와 공동 개최
공예-회화-사진 등 151점 전시
편견의 산물 ‘인디언’ 용어 안 써



북미 원주민의 삶을 기록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사진작가 에드워드 커티스의 ‘압사로카족 어머니와 아이’.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특별전에서 북미 원주민 30여 개 부족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유물 151점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미술관에서 일하는 북미 원주민의 후손으로서 제가 할 일은 원주민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들리도록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다코타 호스카 미국 덴버박물관 원주민미술부 큐레이터(59·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원주민 자치구역인 오글랄라라코타네이션 출신으로, 덴버박물관과 중앙박물관이 공동 주최해 전날 개막한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특별전을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는 공예, 회화 등 북미 원주민의 예술품과 사진 등 덴버박물관 소장품 151점을 선보인다. 북미 원주민을 조명한 전시가 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호스카 큐레이터는 “북미 원주민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다양성(variety)’이라고 할 수 있다”며 “원주민들은 물개 내장이나 고슴도치의 가시로 예술품을 만드는 등 모든 시기에 있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에만 570여 개의 원주민 부족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다양한 문화를 가꿔 왔다는 것.

호스카 큐레이터는 유럽 문명 중심의 시각 탓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북미 원주민의 예술세계를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는 원주민 예술이 이들 사이에서만 아름답다고 인식됐지만, 점차 현대 예술가들이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확산하면서 미국 밖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우리가 알던 인디언들’을 다루지만 인디언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1492년 콜럼버스가 북미 대륙을 인도로 착각한 데서 붙여진 유럽 중심의 편견이 낳은 용어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륙에 사는 570여 개 원주민 부족 중 30여 개 부족의 과거와 현재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덴버박물관장(64)은 “원주민들이 자연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선물로 감사하게 여기는 모습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고 말했다.

과거 원주민이 사용한 원뿔 모양의 이동식 집 ‘티피’는 자연의 순환구조를 엿볼 수 있다. 티피의 둥근 바닥은 대지를 의미하고, 가운데 기둥은 땅과 하늘을 이어준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존경받는 이들이 착용하던 네즈퍼스족의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 원주민 최고의 교역품으로 꼽혔던 나바호족의 ‘덮개’ 등도 눈길을 끈다.

유럽인들이 북미 대륙에 정착한 후 벌어진 학살의 역사와 원주민 예술가들의 사진 작품도 볼 수 있다. 호스카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원주민들이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도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