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14년 이끈 최장수 총리 반대하던 헝가리 지지로 돌아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강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유럽연합(EU)의 반(反)러시아 노선을 주도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57·사진)가 올 10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새 수장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8일 보도했다. 2014년 취임해 임기가 여러 차례 연장된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나토 사무총장은 앞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간 뤼터 총리의 사무총장 선출을 반대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이날 X(옛 트위터)에 “뤼터 총리를 지지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임기 4년인 사무총장의 선출에는 3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헝가리는 나토의 연 430억 달러(약 59조 원)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뤼터 총리의 사무총장 선출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뤼터 총리가 나토 수장에 오르면 나토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러시아를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 4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단결 및 지지를 호소하며 푸틴 대통령을 두고 “그는 ‘강한 남자’가 아니다. 과대평가할 필요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네덜란드는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올 3월 우크라이나와 방위조약을 체결했고, 24대의 F-16 전투기 또한 인도하기로 했다.
2010년부터 집권 중인 뤼터 총리는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다. 지난해 7월 이민 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중도우파 성향의 연정이 붕괴되자 “총선 후 새 연정이 출범하면 정계를 떠나겠다”고 했다. 넉 달 후 실시된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자유민주국민당은 원내 제3당으로 추락했고, 극우 성향 자유당이 제1당에 올랐다. 이후 연정 구성을 둘러싼 협상 끝에 딕 스호프 전 종합정보보안국 국장이 새 총리로 지명됐다. 그는 빠르면 이달 중 취임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