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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레바논 공격 승인… 전면전 위기감 커져

입력 | 2024-06-20 03:00:00

헤즈볼라, 이 중심부 공격 위협에
“심각한 타격 입게될 것” 작전 예고
美, 곧바로 특사 보내 진화 나서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 멈춰라”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명소 ‘엘카피탠’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을 비판하며 “집단학살을 멈추라”고 쓴 플래카드가 걸렸다. ‘팔레스타인과 함께하는 등반가들’이라는 단체가 플래카드 게재를 주도했다. 요세미티밸리=AP 뉴시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공격 계획’을 승인하며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측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자 미국은 바로 특사를 레바논에 파견해 진화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18일 성명을 통해 “북부 사령관인 오리 고르딘 소장과 작전참모인 오데드 바시우크 소장이 전황 평가 회의를 열고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헤즈볼라와 레바논을 상대로 게임의 규칙을 바꿀 결정의 순간이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며 “전면전이 벌어지면 헤즈볼라는 파괴되고 레바논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직접 전면전을 예고했다.

그간 전면전을 피해 왔던 이스라엘을 도발한 것은 헤즈볼라가 무인기(드론)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9분짜리 영상이다. 낮에 촬영된 이 영상에는 이스라엘 북부 최대 항구도시 하이파 북쪽과 레바논 국경에서 남쪽으로 28km 떨어진 인구밀집 주거지 크라요트와 쇼핑몰, 고층건물 등이 담겼다. 카츠 장관은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오늘 중국과 인도의 거대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하이파 항구 사진을 찍고 이를 훼손하겠다고 과시하듯 위협하고 있다”며 헤즈볼라의 하이파 공격이 세계적 긴장을 키울 수 있음을 강조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발발 뒤 하마스를 지원하며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 11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남부 공습 중 최고위급 지휘관 탈레스 압둘라 등 4명의 대원이 숨진 뒤 전쟁 이후 가장 강도 높은 포격을 이스라엘에 가하고 있다.

양측의 전면전이 우려되자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특사인 에이머스 호크스타인을 급파했다. 올 11월 대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어 중동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호크스타인 특사는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은 충분히 오래 지속됐다”며 “이 갈등을 외교적으로 조속히 푸는 것이 모두의 이해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엔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을 면담했다.

한편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거의 마무리되는 조짐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이 곧 새롭고 강도가 낮은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며 전쟁 흐름의 전환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현지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늘고 휴전 협상이나 인질 석방 합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