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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공항서 홀로… 지각 푸틴 기다린 김정은

입력 | 2024-06-20 03:00:00

[北-러 정상회담]
푸틴 방북, 1박2일→당일치기로
외교가 “金, 러 지원 절박함 반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9일 오전 2시가 넘어서야 평양에 도착했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18, 19일 1박 2일 일정 방북을 공식 발표해 18일 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상 시간을 훌쩍 넘긴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런 푸틴 대통령을 공항에서 홀로 맞았다. ‘지각대장’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이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새벽까지 기다리며 초조함을 드러낸 것. 이를 두고 이번 회동에 대한 두 정상의 온도차가 드러난 상징적 장면이란 해석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꾸준한 무기 지원 등에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지만 핵·미사일 관련 러시아의 첨단기술 이전이 절실한 김 위원장이 더 급한 상황일 수 있다는 것. 실제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이른 방북을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도착한 시간은 오전 2시 22분이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일찌감치 컴컴한 공항 활주로에 나와 뒷짐을 진 채 레드카펫 위를 오가며 푸틴 대통령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푸틴 대통령이 전용기인 일류신(IL)-96에서 내려 계단으로 내려오자 김 위원장은 환하게 웃으며 푸틴 대통령과 두 차례 포옹했다. 자국 일정을 이유로 푸틴 대통령이 4시간 이상 지각하는 결례를 범했지만 김 위원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에게 신격화돼 추앙받는 독재자가 평양 땅에서 새벽에 공항에 나와 오매불망 기다린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지각으로 북한이 준비한 성대한 영접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통신에 따르면 영상 속에는 양국 국가 연주 등 대규모 환영식은 없었고 비행기 엔진 소리만 들렸다.

공항에서 두 정상은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아우루스 리무진을 함께 타고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먼저 차에 타라고 한 뒤 상석인 오른쪽 뒷좌석을 양보했다. 김 위원장은 차 뒤를 돌아 푸틴 대통령 왼편에 앉았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숙소를 직접 안내하고 “따뜻한 담소”도 나눴다고 북한 매체는 보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