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정상회담] 푸틴 방북, 1박2일→당일치기로 외교가 “金, 러 지원 절박함 반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9일 오전 2시가 넘어서야 평양에 도착했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18, 19일 1박 2일 일정 방북을 공식 발표해 18일 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상 시간을 훌쩍 넘긴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런 푸틴 대통령을 공항에서 홀로 맞았다. ‘지각대장’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이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새벽까지 기다리며 초조함을 드러낸 것. 이를 두고 이번 회동에 대한 두 정상의 온도차가 드러난 상징적 장면이란 해석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꾸준한 무기 지원 등에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지만 핵·미사일 관련 러시아의 첨단기술 이전이 절실한 김 위원장이 더 급한 상황일 수 있다는 것. 실제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이른 방북을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도착한 시간은 오전 2시 22분이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일찌감치 컴컴한 공항 활주로에 나와 뒷짐을 진 채 레드카펫 위를 오가며 푸틴 대통령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푸틴 대통령이 전용기인 일류신(IL)-96에서 내려 계단으로 내려오자 김 위원장은 환하게 웃으며 푸틴 대통령과 두 차례 포옹했다. 자국 일정을 이유로 푸틴 대통령이 4시간 이상 지각하는 결례를 범했지만 김 위원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에게 신격화돼 추앙받는 독재자가 평양 땅에서 새벽에 공항에 나와 오매불망 기다린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라고 했다.
공항에서 두 정상은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아우루스 리무진을 함께 타고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먼저 차에 타라고 한 뒤 상석인 오른쪽 뒷좌석을 양보했다. 김 위원장은 차 뒤를 돌아 푸틴 대통령 왼편에 앉았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숙소를 직접 안내하고 “따뜻한 담소”도 나눴다고 북한 매체는 보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