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을 향해]특별기고
게티이미지코리아
정승우 국립군산대 환경공학과 교수
기후변화, 대기오염, 수질오염은 당장 해결해 나가야 할 환경 문제로 우리가 지금 먹고 마시는 물과 대기는 100년 뒤 후손들이 대면하게 되는 그것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토양은 지금의 토양이 100년 뒤인 2124년에 우리의 후손들을 대면하게 된다. 우리와 그들을 이어주는 유일한 환경 매체는 바로 ‘토양’이다.
토양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유적 발굴 현장의 토양이 유난히 곱고 깨끗한 것을 보았다. 역사학과 교수님께 여쭤보니 유적지는 그 당시 국가의 국격으로 토양을 체로 쳐 고운 흙으로 조성한다고 했다. 이 땅에 먼저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후손들이 보게 될 귀중한 유물과 함께 곱고 깨끗한 토양을 남겨준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토양을 100년 뒤 2124년 후손에게 남길 수 있을까?
물, 공기와 달리 토양오염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토양오염 기준은 토양오염을 판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토양오염 기준은 운영 성격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정 기준이지만 선진국의 토양 기준은 오염 여부만을 판단하는 선별 기준이다. 오염 부지라고 판단되면 위해성 평가를 거쳐 선별 기준보다 더욱 강력한 기준이 적용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선진국인 미국도 토양오염 관련 법(일명 ‘슈퍼펀드법’)이 1980년에서야 생길 만큼 토양오염에 관한 관심이 다른 환경 매체에 비해 다소 늦었다. 미국은 토양오염 원인자에게 정화 명령과 막대한 기금을 징수(오염자 부담 원칙)해 오염 토양 및 지하수 정화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5년마다 오염 부지를 평가해 깨끗한 토양이 아니면 사람의 접근을 금지하는 ‘5year review 정책’은 무관심했던 토양에 대한 그들의 미안함과 함께 복원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오염에 관한 판단을 서두르지 않고 객관적 평가 자료에 따른다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 최초로 우리나라는 1995년 토양환경보전법을 제정했고 부족한 관심과 예산 속에서도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에 힘을 쏟아 왔다. 그러나 최근 불소 토양오염 기준치 재조정 움직임으로 토양 환경 산업계와 환경부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2023년 9월 국무조정실의 불소 토양오염 기준 상향 권고에 따라 현재 1지역 (주거지, 농경지, 학교 용지 등) 기준 400㎎/㎏에 대한 상향을 검토 중이다. 산업화 시대에 환경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기준을 되레 완화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무조정실의 불소 토양오염 기준 상향 권고가 있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으나 새로운 불소 기준안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한번 설정된 국가의 토양오염 기준은 100년 뒤 토양의 질을 결정하리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100년 뒤 후손에게 깨끗하고 건강한 토양을 물려줘야 하는 시대적 사명 아래 충분한 시간을 두고 우리나라 불소 오염 및 환경영향에 대한 과학적 자료를 구축하고 객관적 논의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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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우 국립군산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