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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가세에 판 커지는 국힘 전대… 친윤 “재밌게 됐다”

입력 | 2024-06-20 17:03:00


국민의힘의 당권 경쟁이 다자 대결 구도로 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대결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출마를 20일 ‘깜짝’ 선언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설 뚜렷한 대항마가 없던 친윤(친윤석열) 진영에서 후보가 등장한 것이다. 5선의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21일 출마를 선언한다.

이로써 여당 내부에선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 기류로 흐르던 당권 경쟁이 친윤 원희룡, 비윤 나경원 윤상현, 반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구도로 재편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량급 인사들이 속속 전대 출마를 선언하면서 여당 내부에선 “흥행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반응과 함께 친윤 후보 당선을 위해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결선투표제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원희룡 등장에 친윤 “재밌게 됐다”

총선 낙선 뒤 잠행했던 원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총선 패배 이후 대한민국과 당의 미래에 대해 숙고했다”며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온전히 받드는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출마 선언 일성(一聲)으로 ‘당정일체’를 강조하며 친윤 후보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원 전 장관은 당권 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위원장 등판을 견제하던 친윤 진영은 원 전 장관의 출마 선언에 “재밌게 됐다”며 반색했다. 친윤계가 물 밑 설득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윤 핵심 의원은 “원 전 장관의 출마가 대통령실의 의중과 전혀 다른 길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친윤 의원은 “총선 참패 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시절 같은 결속력은 없지만 ‘대통령과 대립 각을 세웠던 한 전 위원장은 안 된다’는 공감대는 여전히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윤의 구심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대통령과 원 전 장관의 친밀도를 생각했을 때, 상의가 있었을 것”이라며 “나머지 다른 후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를 선언한다. 한 전 위원장이 “이번에 잘할 수 있다. 잘해서 보수 정권을 재창출하자”고 말했다고 정광재 전 대변인이 전했다. 당내에서 나오는 ‘한동훈 총선 책임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결정의 시간, 때가 차오르고 있다”며 출마 선언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윤 의원은 21일 지역구인 인천 용현시장에서 공식 출마 기자회견을 연다. 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대통령에게 할 말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비교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원 전 장관과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선 “총선에서 패배한 분들은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아직 출마 여부에 대해 고심 중이다. 30대 소장파 김재섭 의원은 “제 무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 “결선투표가 승패 핵심 변수로”


당권 주자들의 윤곽이 구체화하면서 지난해 3·8전당대회부터 도입된 결선투표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23일 당 대표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같은 달 28일 1, 2위 후보간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어대한’ 기류에도 당원에게 소구력 있는 유력 주자들의 등판으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결선투표제는 도입 당시 “주류 후보 당선을 위한 보험적 성격의 ‘안전장치’”라는 해석이 많았다. 조직력을 동원한 단일화 효과로 ‘이준석 대표’ 사례와 같이 비주류가 당 대표가 되는 걸 막는 도구란 분석이다.

당장 여당 내에선 ‘2등 전략’이 회자됐다. 한 친윤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의 인기가 많기 때문에 일단 다른 후보들이 2등을 노린 뒤 결선투표에서 나머지 표를 흡수하면 ‘어대한’에 대항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자 구도로 한 전 위원장의 1차 과반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는 “1등은 전략 수정이 필요 없다. 1차 과반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