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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장터 수익, 아파트 수리에는 못 쓴다[부동산 빨간펜]

입력 | 2024-06-21 03:00:00

장기수선충당금은 집주인 부담
세입자에게 반환하는 것이 원칙
이자 발생해도 다른 용도로는 못 써
시설 임대수익 등은 사용 가능





5일 인천 중구에 있는 15층짜리 아파트 단지에서 엘리베이터 운행이 모두 중단됐습니다. 주민들은 뜨거운 여름에도 직접 걸어서 오르내려야 하는 상황이 됐죠. 중단 사유는 ‘안전 문제 우려’입니다. 2021년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점검에서 안전장치를 설치하도록 조건부 사용 허가를 내줬는데 끝까지 시행되지 않아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라 운행을 금지시킨 것입니다.

공동주택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은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게 장기수선충당금도 걷어야 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일을 제대로 했다면 인천 아파트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제때 아파트를 관리하는 것은 입주민 편의는 물론이고, 아파트 가치를 지키는 데도 중요한 일이죠. 이번 부동산 빨간펜 주제는 ‘장기수선충당금’입니다.


Q. 장기수선계획은 대부분의 아파트가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계획을 세우는 것이죠?

“장기수선계획은 공용 부문 주요 시설물의 교체 및 보수 등에 대해 수립하는 계획을 말합니다. 장기적으로 연도별 수선계획을 세워 사고 발생 전 시설물을 보수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죠.

대규모 수선을 위한 비용 부담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자 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수선·교체 필요가 발생할 때마다 개별 소유자들로부터 동의를 얻어 수선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적기에 시설의 교체 및 수선을 시행하지 못할 경우 추후 더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하죠. 따라서 수선 항목, 물량, 단가, 연도별 수선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기입하도록 합니다.”

Q. 장기수선충당금을 내는 주체는 세입자인가요? 아니면 집주인인가요?

“장기수선충당금은 해당 주택의 소유자인 집주인으로부터 징수합니다. 따라서 세입자가 이를 대신 납부한 경우에는 이를 소유자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Q. 장기수선계획을 3년(36개월)마다 검토해야 한다고 하던데 무슨 의미인가요?

“무분별하게 계획을 변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필요하면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 동의를 받아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Q.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장기수선계획 수선 주기가 오기 전에 장기수선충당금을 써야 할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장기수선계획에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할 수 있는 예외사항이 마련되어 있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고 등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긴급히 지출이 필요한 경우나 소액 범위에서 지출이 필요한 경우 등을 미리 규정하는 것이죠. 이에 맞게 장기수선충당금을 먼저 집행하고 나중에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런 근거 없이 단순히 입주민 과반수 투표, 과반수 동의를 근거로 장기수선계획과 달리 보수 공사를 하면 위법 행위로 간주돼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Q. 아파트 단지 사정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장기수선계획서를 정기 조정하거나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습니다. 현재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장기수선계획 조정은 관리주체가 조정안을 작성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하는 방법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역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사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조속한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이 필요해 보이네요.”

Q. 장기수선계획서상 배수펌프 전체 수선 비용이 100만 원으로 계획되었는데 실제 공사 금액은 입찰 기준 500만 원입니다.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치면 장기수선충당금에서 공사 금액 전체를 지출해도 되나요?

“항목별 수선 비용이 과다하게 산출된다면 수선 계획을 조정한 후 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3년마다 장기수선계획을 검토하고 필요시 조정하도록 한 것은 자금 부족 시 충당금 적립률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올해 공사를 계획했는데 정작 예산안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입주자대표회의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Q. 단지 내에서 알뜰장터를 통해 확보한 수익금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리규약에 규정하면 문제가 없다는데 맞는 말인가요?

“불가능합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원칙적으로 집주인이 적립하는 것이며 세입자가 대신 납부하면 집주인은 이를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알뜰장터는 집주인인 소유자와 세입자가 함께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으로 봅니다. △재활용품 판매 수입 △광고판 게시료 △주차료 △주민공동시설 운영 등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법제처에서는 이런 잡수입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하는 것은 세입자에게 부당한 의무를 강요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장기수선충당금이 은행에 쌓여 이자가 발생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를 잡수입 명목으로 지출할 수 있나요?

“불가능합니다. 은행 예치로 발생한 이자 또한 소유자가 기여한 것이며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봐야 합니다. 법원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주요 시설 교체 및 보수가 아닌 데 쓴 것은 아파트 입주민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장기수선충당금을 주민 운동시설 운영을 위한 운동기구를 구입하는 데 써도 되나요?

“운동기구 구입 비용을 장기수선계획에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공동주택 주요 시설 교체, 보수 등에 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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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