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 상징 서린, 경영권 전장 돼 주총서 고려아연측 이사 8명으로 서울 강남 영풍빌딩서 독립 예고 영풍측 장세환 대표는 사임 의사
영풍과 고려아연 동업의 상징이자 양 사 비철금속 해외유통을 담당해 온 ‘서린상사’ 경영권이 영풍에서 고려아연으로 넘어갔다. 영풍 측 장 씨 일가 3세인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75년 동업 관계를 이어오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두 회사의 갈라서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했다. 장 씨 일가는 지배회사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 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맡으며 오랜 동업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22년 최 창업주 손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체제 이후 계열 분리 가능성이 확대돼 왔다. 창업주 시기 단단하던 동업 관계가 약해지며 3세 경영 체제에서는 지분 다툼 등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1984년 설립된 서린상사는 알짜배기 핵심 자회사로 평가받는다. 40년간 양 사의 비철금속 해외유통을 맡으며 영업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지분은 고려아연 측이 66.7%, 영풍 측이 33.3%를 가지고 있지만, 경영은 영풍 측에서 맡아 왔다. 고려아연 지분이 많은데도 경영권은 영풍이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끈끈한 동업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3월 고려아연은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임시 이사회 개최를 시도했다. 하지만 영풍 측이 반대해 불참하는 등 정족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고려아연은 법원에 서린상사 주총 소집허가 신청서를 냈다. 지난달 법원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주며 이날 주총이 열리게 됐다.
이날 서린상사 이사회에서는 새 사내이사 승인 외에도 본점 이전도 의결했다. 현재는 영풍 측과 함께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하지만 곧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빌딩으로 독립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영풍 측이 별도의 상사 설립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영풍 측은 “현재는 서린상사를 통해 해외 영업을 이어가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배당 증액 요구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이겼다. 고려아연이 주당 결산 배당 5000원, 영풍은 1만 원을 제안했었다. 참석 주주들은 배당금이 크게 늘 경우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하며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