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지역과 시대를 불문하고,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보면 이름을 말하는 유명한 게임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빨간 모자에 멜빵 청바지를 입은 콧수염 캐릭터인 마리오, 파란색으로 종횡무진 세상을 뛰어다니는 소닉, 그리고 삼각형처럼 생긴 입으로 뭐든지 삼켜버리는 팩맨이 그 대표적인 게임 캐릭터들이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이들 게임 캐릭터들은 어떻게 세상에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오늘 게임 캐릭터들의 비하인드 탄생 스토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닌텐도의 대표 마스코트 캐릭터 ‘슈퍼 마리오’ / 출처: 닌텐도 공식 사이트
사실 동키콩 시절만 해도 닌텐도의 북미 지사였던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는 회사 사정이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임대료도 곧잘 연체되었고, 그래서 당시에 건물주였던 이탈리아계 집주인이 임대료를 받기 위해 종종 사무실로 쳐들어오곤 했었다고 하죠.
그 이탈리아계 집주인의 이름이 바로 마리오 시갈리(Mario Segale)였습니다. 어느 날 사무실에 돈을 받기 위해 들어온 마리오 시갈리 씨는 회사에 비치되어 있었던 ‘동키콩’을 플레이하고 있었는데요, 이 통통한 체형의 건물주 마리오를 본 직원들은 하나둘 ‘동키콩’의 이름 없는 캐릭터를 마리오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마리오로 불리다가 직원들 사이에서 이 캐릭터의 이름을 정식 이름으로 짓자는 제안이 나왔는데, 마리오 캐릭터를 만든 미야모토 시게루도 그 이름에 동의했습니다. 애초에 마리오 캐릭터가 이탈리아인 이미지를 참고해 디자인된 만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슴도치 ‘소닉 더 헤지혹’
세가의 대표 마스코트 캐릭터 ‘소닉’ / 출처: 세가 제공
당시 닌텐도와 경쟁을 하고 있었던 제8연구 개발부는 당시 최고의 가정용 인기 게임기였던 닌텐도의 ‘패미콤’을 타도하기 위해 한 차원 성능이 높은 게임기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미려한 검은색 바탕에 16비트 CPU를 탑재한 ‘메가드라이브’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멋진 외관에 패미콤을 압도하는 성능을 가진 메가드라이브였지만 역시나 고민은 상징적인 캐릭터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개발부의 팀장이었던 나카 유지는 메가드라이브의 빠른 성능을 부각할 수 있는 이색적인 캐릭터를 구상하게 되었죠.
특히나 나카 유지는 ‘슈퍼 마리오’처럼 점프 액션 중심으로 플레이가 가능하면서도 빠른 스피드를 가진 캐릭터를 고민하게 되었는데요, 그런 고민 끝에 몸을 말아 공을 만드는 캐릭터를 만들자고 제안하게 되죠.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아르마딜로와 고슴도치가 후보로 올랐고, 결과적으로 온몸에 가시를 가지고 있는 고슴도치가 최종 캐릭터로 결정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의견이 모아지자 당시 담당 디자이너였던 오시마 나오토가 세가의 브랜드 로고의 색상을 바탕으로 파란색 고슴도치 캐릭터를 제작하게 됩니다. 여기에 그 무엇보다 빠르다는 음속이라는 의미로 ‘소닉’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죠. 세가의 마스코트 캐릭터 ‘소닉 더 헤지혹’이 비로소 완성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가의 고민은 보란 듯이 결실을 맺었습니다. 1991년에 메가드라이브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소닉 더 헤지혹’은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마리오가 주지 못하는 속도감 넘치는 소닉의 게임 플레이는 분명한 차별화 포인트였죠. 이런 ‘소닉 더 헤지혹’의 인기를 바탕으로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는 오랜 기간 동안 북미에서 닌텐도 패미콤과 슈퍼패미콤을 꺾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한쪽으로 삼각형 입을 벌리고 있는 팩맨, 그 탄생은
남코의 대표 마스코트 캐릭터 ‘팩맨’ / 출처: 남코 공식 사이트
그래서 1974년에 북미의 패왕 ‘아타리’ 사의 일본 지사였던 ‘아타리 재팬’을 인수하기도 했고, 1978년에는 지비(Gee Bee)를, 1979년에는 갤럭시안(Galaxian) 등을 내놓으며 꾸준히 가정용 시장을 두드렸지요. 1970년도에는 다른 게임들을 개량하는 수준으로 ‘아류작 제조사’라는 평가를 받는 남코였지만, 1980년도에 드디어 오리지널리티가 살아있는 명작 ‘팩맨’을 내놓게 됩니다.
1970년대 후반, 남코에서는 주인공 캐릭터가 무언가를 먹으면서 미로에서 길을 찾아 스테이지를 깨는, 색다른 형태의 게임을 구상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길만 가다 보니 재미가 없었고, 그래서 주인공을 쫓아오는 적인 고스트 캐릭터도 추가하게 되죠. 평소에는 고스트를 피해 도망 다녀야 되지만, 파워 옵션을 먹으면 오히려 고스트를 공격한다는 설정도 넣게 되었습니다.
메인 캐릭터와 게임의 이름은 ‘팩맨’으로 정해졌는데, 이는 ‘뻐끔뻐끔 먹는다’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파쿠파쿠’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입니다. 처음엔 퍽맨(Puck Man)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북미에 진출하고자 하니 북미의 유명한 욕설과 발음이 비슷해서 ‘팩맨’으로 고쳐진 것이지요. 동그라미의 한쪽을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낸 주인공의 디자인은 남코의 이와타니 토오루 씨가 한 조각이 빠진 피자 한 판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 ‘팩맨’은 당시에 센세이셔널할 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렸고, 특히 북미에서의 인기는 대단했죠. ‘팩맨’은 기존 슈팅 게임과는 다른 캐주얼 게임의 시초로 여겨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으며, 장르의 다양화와 게임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기념비적인 작품 중 하나라 하겠습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