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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선감학원 피해자에 국가-경기도가 배상 책임”

입력 | 2024-06-21 03:00:00

“1인당 2500만∼4억원 지급” 첫 판결
피해자들 “배상액 적어 항소” 밝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초까지 부랑아 단속 명목으로 아동·청소년의 인권을 유린한 ‘선감학원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판사 정회일)는 20일 선감학원 피해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경기도가 1인당 2500만∼4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경찰을 통해 아동들의 위법한 수용을 주도했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해태했다”며 “선감학원의 운영 주체인 경기도는 공동 불법행위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위자료는 수용 기간이 1년일 경우 5000만 원으로 정하고 더 오래 수감된 피해자에게 증액하는 방식으로 산정했다.

선감학원은 1942년 5월 일제의 조선소년령 발표로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 설립한 아동 수용시설이다. 광복 후에도 5000명 이상의 아동을 강제로 격리·수용하고 강제노역을 시키며 1982년까지 운영됐고, 학대 등을 통한 사망자는 지금까지 29명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22년 10월 국가와 경기도에 책임이 있다는 결정을 내리자 피해자들은 같은 해 12월 총 77억 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판결 직후 피해자들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른 인권 침해 사건에 비해 배상액이 적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