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서기장의 강대국 사이 균형잡힌 외교 지칭 베트남 “미국과 중국, 러시아 한국 등 7개국과 유연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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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으로서는 대나무 외교의 과시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이렇게 평가했다.
◆푸틴 베트남 방문, 경제에 초점
베트남과 러시아는 깊은 군사 관계를 갖고 있지만 푸틴은 이번 방문에서 무역, 교육, 에너지, 과학 기술과 같은 분야에서 관계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푸틴 대통령은 하루 전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회담과는 달리 공개석상에서 베트남 측과의 공식 행사에 참석할 때 대부분의 시간 동안 미국에 대한 공격적인 말을 자제했다.
싱가포르의 한 전문가는 “러시아가 무엇을 제공하든 베트남이 성급히 반서구 전선에서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는 인상이나 모습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베트남에 무기를 공급해 왔지만 이번 회담에서 무기 조달이나 방어에 대한 공개적 논의도 거의 없었다.
국제위기그룹의 아시아 담당 부국장 흐엉 레 투는 “푸틴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베트남은 강대국간 경쟁에도 불구하고 모든 행위자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베트남의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은 다른 누구의 이익이 아닌 베트남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베트남의 이러한 접근 방식을 ‘대나무 외교’라고 부른다.
대나무 가지의 유연성을 보여줌으로써 여러 강대국과의 다양한 관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과 16일 스위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불참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 4개에 기권했다. 유 인권이사회에서 러시아를 탈퇴시키는 결의안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AP 통신도 20일 제조업 강국이자 글로벌 공급망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베트남이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모두 초대한데 이어 이번 푸틴 방문까지 ‘대나무 외교’를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3년 바이든과 시진핑 3개월 간격 베트남 방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BBC는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한 지 50여 년이 지난 후 과거의 적이었던 베트남과 그 어느때보다도 가까워지는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BBC는 “미국은 베트남을 아시아 내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한 핵심으로 보고 있다”고 풀이했다.
3개월 후인 지난해 12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여 만에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시 주석은 베트남 권력서열 1위 응우엔 푸 쫑 베트남공산당 서기장과 회담을 갖고 기존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공동체’로 격상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미래 공유 공동체’라고 했으나 중국은 ‘운명공동체’라고 더 강하게 표현했다.
AP 통신은 베트남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립을 유지해 왔지만 중립을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트남이 경제적 발전과 국방 관계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미-러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23년 러시아와 베트남간 무역은 36억 달러, 중국은 1710억 달러, 미국은 1110억 달러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