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에서는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한국 일본 등과 핵공유 협정을 맺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야당 공화당의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밀착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협약을 맺은 것에 비유하며 “지독한 악당들이 뭉쳐 대담하고 강해졌다”고 평했다. 한반도 일대의 미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해 이에 맞서자고 촉구했다.
● 美, 우크라 지원 강화로 북-러에 대응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17일 공영 PBS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미국 무기로 하르키우 인근뿐 아니라 다른 모든 지역에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 16개월간 생산되는 패트리어트 및 첨단지대공미사일체계(NASAMS) 방공시스템 전량을 우크라이나에 우선 인도하기로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우선 지원 때문에 해당 방공시스템의 인도가 지연되는 동맹국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적 지연 국가로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를 지목했다.
● 美의회 “러, 테러지원국 지정해야”
미 의회에서는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자는 초당적 법안이 발의됐다.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에 대해 2차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금지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레이엄 의원 또한 “푸틴이 지구상에서 가장 악명 높은 테러국(북한)과 방위 협정을 체결했다”며 테러 지원국인 북한과 방위 협정을 맺는 모든 국가는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이번 북-러 협약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 독일과 이탈리아가 맺은 ‘강철조약(Pact of Steel)’에 비유했다.
상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같은 날 상원 연설에서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와 핵 공유 협정을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1991년 철수한 주한미군 전술핵을 한반도에 다시 배치하고,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맺은 방식으로 한국 일본 호주 등과 핵무기를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 또한 군사대응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커비 조정관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방위 태세를 평가하고 동맹 및 파트너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