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여자, 축구/노해원 지음/216쪽·1만6800원·흐름출판
한국 기자들이 매년 몰두하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한국기자협회 축구대회’다. 대회 두어 달 전부터 새벽같이 연습장에 나가 ‘입에서 피 맛이 날 때까지’ 뜀박질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라고 입사 동기 기자가 알려주었다). 우승을 차지한 남자 동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함께 으쓱해졌지만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입사 이래 이 축구팀에서 여기자가 뛰는 모습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기자협회가 창설 이래 처음으로 ‘여성 기자 풋살대회’를 열었다. 올해까지 열성적으로 참여한 동료 여기자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 30년 만에 재능을 찾은 것 같아. 이 재미를 여태 몰랐다니 분하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여자 축구팀 ‘반반FC’ 주장이자 공격형 미드필더인 저자도 꼭 같은 마음이라고 고백한다. 수준급 축구 실력을 가진 아버지를 보며 자랐고, 아버지가 속한 풋살팀 매니저를 자처할 만큼 경기 열기에 흠뻑 빠졌지만 직접 공을 차 볼 생각은 못 했다. 이후 아이 셋을 낳게 되자 ‘애 엄마’라는 수식어가 새로운 시도를 막는 마음속 경계선이 됐다. 하지만 3남매, 4남매를 키우는 동네 언니들이 축구팀에서 뛴다는 소식에 마음이 요동쳤다. 그렇게 ‘반반FC’에 발을 들이며 축구와 지독한 사랑에 빠졌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