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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외암 살자[전승훈의 아트로드]

입력 | 2024-06-22 14:00:00

팜타스틱한 농촌으로
아산 외암민속마을




프랑스 파리 외곽에 베르사유 가는 길에 ‘갈리 농장(Ferme de Gally)’이 있다. 딸기와 각종 베리류와 자두를 비롯해 감자, 당근, 사과 등 계절에 따라 맺는 열매를 도시민들이 와서 직접 수확해가는 체험형 농장이다. 파리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가족끼리 자주 가서 한나절을 프랑스 농장에서 놀다가 직접 수확한 채소와 과일을 싼 값에 사서 돌아올 수 있었다. 농장측에서는 수확에 드는 비싼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도시민 입장에서는 색다른 체험과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농산물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 인기가 높았다.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의 저녁놀.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농가에서 민박하며 체험할 수 있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전국 1178여 곳이 생겨났다. 예전에야 할머니댁에 가면 농촌 풍경을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요즘 도시민들에겐 낯선 경험이기 때문이다.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과 당진 왕매실마을에서 체험한 농촌마을의 휴가는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찍고 오는 여행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아산 외암민속마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은 기와집과 초가집이 잘 어우러져 보존되고 있는 마을이다. 참판댁, 감찰댁, 종손댁 돌담밑에 개양귀비꽃과 수국이 활짝 웃고 있는 골목길을 느릿느릿 걸으며 흘러가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998년 전통건조물 보존지구, 2000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외암민속마을 보존지구에는 기와집과 초가집에 45가구에 112명이 살고 있다. 45가구 중 대부분인 37가구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어 마을은 더욱 생기가 넘친다. 전국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 전통가옥을 새로 짓거나 보존해놓은 곳이 많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전시용 마을은 차가운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외암민속마을을 걷다가 열린 문틈으로 집안을 들여다보면 집집마다 다르게 꾸며놓은 정원이 보인다. 어떤 집은 할아버지가 마늘농사가 잘 됐다며 지붕밑에 주렁주렁 마늘꾸러미를 걸어놓기도 했다.


영화 ‘취화선’ ‘클래식’ ‘영웅’ 등의 촬영지였던 외암민속마을은 2003년부터 농촌체험휴양마을로 변모했다. 마을에 있는 농지는 논과 밭을 합쳐 6만 여평. 논과 밭에서 벼베기, 고구마, 감자캐기, 여주따기, 장담그기, 한과와 강정 만들기 등 계절별로 약 20~30가지씩 진행된다. 체험비는 7000~1만원 가량. 감자나 고구마 캐기는 2kg을 직접 수확해서 가져갈 수 있는데, 꾹꾹 눌러담아 3kg이상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시중에서 사서 먹는 것보다는 훨씬 싼 가격이다.


이 마을에 체험 오는 관람객은 연간 약 7~8만 명. 그 중 농가 민박에서 하룻밤 묵고가는 사람들은 약 3만 명이다. 2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마을 구경만 하고 가는 사람은 연 40만 명이나 된다.
문회재 보존지구이기 때문에 기와나 초가집 외부 모습은 바꿀 수 없고, 내부에 화장실이나 샤워실, 싱크대 등의 편의시설을 고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한다. 마을 빈집을 활용하는 민박은 마을 운영비와 세금 등 수수료 20%를 제외하면 농가의 수입이 된다.

마을 입구에는 상류층 기와집, 서민층 초가삼간 등 한옥을 들어가볼 수 있는 체험집도 지어놨다. 이 곳에서 떡메치기, 전통결혼식, 투호놀이 등을 즐길 수 있다. 마을 할머니들이 한복을 입고 마루에서 다듬이질 시연도 한다. 어린이들은 돌 위에 천을 올려놓고, 다듬이 방망이질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본 광경에 신기해하며 영상을 찍고, 직접 쳐보기도 한다. 10월에 열리는 마을축제인 ‘짚풀문화제’에는 할머니들이 난타처럼 노래에 맞춰 다듬이방망이를 리드미컬하게 치는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이처럼 체험강사는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양성을 한다. 강사교육을 받고 여주차 만들기, 고추장 담그기, 강정만들기, 한지등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연로해 걷기 힘든 할머니들은 앉아서 다듬이 방망이 시연을 해주고, 농사를 못짓는 할아버지는 갓을 쓰고 도포를 입고 관람객들을 맞이해준다. 단체관람객을 인솔하며 돌담장 사이를 걸으며 건재고택, 별감댁, 교수댁 등 마을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아르바이트도 쏠쏠하다.


“2003년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시작했을 때 마을에서 생산되는 쌀을 한 톨도 안 먹고 다 팔았을 때 당시 가격으로 약 2억2500만원 정도 나오더군요. 현재 가격은 약 3억원 정도예요. 코로나 때문에 주춤했어도 지난해 마을 공식 총매출액이 7억8000만원 정도 나왔고, 비공식 소득까지 합치면 10억원 정도의 매출이 될 겁니다. 체험휴양마을은 농사를 지어 수확물을 판매하는 것보다 3배 정도가 매출액이 올라갑니다. 더 좋은 점은 수확할 때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죠.”

외암민속마을 이규정 이장은 “인구소멸 위기에 닥친 농촌이 많은데, 우리 마을은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사오고 싶다는 문의는 많은데 전통가옥 보존지구라 새 건물을 지을 수가 없어 다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즈넉한 조선시대 농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외암민속마을은 하룻밤 묵어야 진가를 느낄 수 있다. 해질녘 논에 담긴 물에 노을이 반사돼 붉게 물든 모습, 새들이 지저귀는 아침의 풍경은 잊을 수 없다. 지난 6~8일 열린 ‘2024 외암마을 야행’ 축제에서는 보름달 뜬 외암마을 야경을 보기 위해 10만5000여 명의 방문객이 찾아오기도 했다.


외암마을 농가에서 민박을 하면 초가집이나 기와집 등 한 채를 다 빌려준다. 10~12만원 가량하는 4인실은 방이 2개로 크지는 않지만 화장실과 샤워실, 취사도구가 있는 거실, 마당이 있어 한 가족이 머무르기에는 충분하다. 농가 민박집을 한달에 10번 만 예약을 받아도, 농가에서는 농사를 지어서 얻는 수익을 넘어서는 상당한 수입이 된다고 한다.

이 곳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신현길 씨(52)는 서울 창신동에 살면서 공연과 축제기획 일을 하다가 외암민속마을의 풍경에 반해 올해 초 이사를 왔다. 그는 “딸 아이가 서울 종로구 도심에 있는 교동초등학교를 다니다 이 곳으로 전학을 왔는데, 이 곳 초등학교에 학생수가 더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한 복판에 있는 교동초등학교는 1894년에 개교한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인데, 농촌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가 학생수가 더 많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외암민속마을은 한국의 전통 농가를 체험해보고 싶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현지 여행사가 모집하는 6박8일 한국여행 코스에 외암민속마을 농가체험 프로그램을 넣었는데, 여행 후기에서 가장 독특했던 체험으로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미국에서만 올해 48개 팀(한 팀에 20명 정도)이 왔는데, 내년에는 70개 팀이 올 예정이라고 한다.



외암민속마을 보존회장인 이규정 이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 사람들이 농산물을 다 수확해가면 농가 수익은 어떤가요.

“농가들은 수익이 더 큽니다.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좋은 점이 농민이 직접 심고, 가꾸고, 수확해서 파는 것보다 3배 정도가 매출액이 더 올라갑니다. 그런데 매출액 3배 뿐 아니라 인건비도 적게 들어가는 이점도 있지요.“



― 체험 강사는 누가 하나요.

“체험강사는 마을에서 양성을 합니다. 한지등 만들기 같은 공예체험은 직원들이 배워서 강사를 합니다. 그런데 여주차 만들기, 고추장 담그기, 강정 만들기 등은 주민들이 직접 합니다. 처음부터 무작정 해보라고 하면 못하니까, 강사교육을 받고 체험을 하게 합니다.”

강정만들기 체험.

― 체험프로그램 개발은.
“농사체험이라고 해서는 작물 수확만하는 단순체험만으로는 인기가 없습니다. 자꾸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강정을 만들어본다든가, 고추장을 담가본다든가, 엿을 만들어보는 체험을 개발해야 합니다. 저희 마을 법인에는 직원이 3명이 있는데, 직원들에게 1년에 한 개씩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게 합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잘 되면 인센티브를 줍니다. 코로나19 당시에는 ‘농가 체험키트’를 만들어서 직접 해볼 수 있도록 해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인구소멸 시대 농촌체험휴양마을의 의미는.
”요즘 농촌이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잖아요. 젊은층 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고, 고령화되다보니 인구가 줄어들수 밖에 없지요. 현재 전국에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약 1190개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그 마을이 모두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중 50% 정도가 어느 정도 운영이 되고, 30% 정도가 수익을 낸다고 합니다.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어느정도 운영되고 있는 50%의 마을을 가보세요. 인구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잘 운영되는 30%의 마을에는 인구가 조금씩이지만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이규정 외암민속마을 이장은 ”농촌 인구소멸 시대에 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본다“고 말했다.

”국내 농촌마을이 약 3만6000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 중에 농촌체험휴양마을이 1190개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국 245개 시군에 다 분포돼 있습니다. 이 마을이 인구소멸을 막는 모범마을이 되고, 옆마을 농산물과 특산품도 팔아주기도 합니다. 이웃마을의 성공사례를 보고 다른 마을도 하고 싶어하게 되는 겁니다.“


―외암민속마을의 인구추이는 어떤가요.

“우리 마을의 경우 2003년 농촌체험휴양마을이 된 이후 20여년 동안 다섯 가구가 늘었습니다. 제가 이사오고 싶다는 문의가 1년이면 수십 명이 문의가 옵니다. 그러나 우리마을은 전통가옥 보존지구로 묶여 있어 집을 새로 지을 수가 없어요. 들어오고 싶어도 집이 없어 못 들어오는 상황이죠.”



―외암민속마을에서 농사지으면서 민박하는 사람들의 소득수준은 어떤가요.

“외암민속마을은 체험휴양마을이 된 후 농업 소득보다 ‘농업외 소득’이 더 높아졌습니다. 2003년 처음 체험휴양마을 사업을 시작했을 때 우리 마을에서 생산되는 쌀을 한 톨도 안 먹고 다 팔았을 때, 그 때 당시 계산으로 약 2억2500만원이 나오더군요. 지금은 조금 인상됐더라도 3억원 내외일 겁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좀 주춤했더라도, 작년에 우리 마을의 공식 총매출이 7억8000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비공식 소득까지 따지면 약 10억원 정도의 매출이 될 겁니다. 3억원 규모의 농업소득만 있을 때 보다 3배가 올라간 겁니다. 저는 매년 우리 마을법인 직원들에게 목표치를 줍니다. 올해는 총 매출을 12억원을 올려보자고 목표를 잡았어요. 모든 농가가 3배씩 소득이 똑같이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는 만큼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마을은 농사를 짓지 못하더라도 가구당 최소한의 소득은 만들어드리고 있습니다.“

―가구당 최소한의 소득은 어떻게 만들어주시나요?

“마을에는 연로하셔서 농사를 못짓는 분들도 있습니다. 유모차 끌고 걸어다니시는 할머니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이 분들은 앉아서 다듬이질을 할 수 있으세요. 그래서 주말에 마을 한옥체험장에 오셔서 다듬이 체험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한옥 마루에 앉아 다듬이 방망이질을 시연해주시면, 인건비를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또 체험객이 오면 인솔자도 필요하죠. 체험객이 많을 때는 하루에 400~500명 씩 들어와요. 그럼 인솔자가 40명에 한 명씩 붙어도 10명은 필요합니다. 주민들만 가지고 안되니까 아르바이트를 쓰는데, 인근 아파트에서 젊은 주부들이 많이 신청합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도 외암민속마을 인솔자는 ‘꿀알바’로 소문이 났어요. 아침 9시에 와서 오후 1,2시까지 인솔하면 일당 7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인솔자는 마을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합니다. 돌담 이야기도 해주고, 마을의 역사나 유물에 대해서 설명도 해줘야 하지요. ‘외암마을 야행’ 행사 때에는 설거지 알바가 하루 15만원이었습니다. 설거지 알바는 좀 힘들기 때문이죠.“



― 다듬이 체험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할머니들이 단순하게 다듬이 방망이를 치기만 해도, 주말에는 지나가던 관람객들이 신기해서 소리를 듣고 찾아옵니다. 초가지붕에 제비들이 집을 지어도 관람객들이 사진찍느라 난리인데, 요즘 도시 아이들이 평생 한번도 보지 못했던 다듬이질 하는 장면을 보면 신기해서 영상과 사진을 찍느라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요.



저희 마을에 10월에 ‘짚풀문화제’가 열리는데요. 개막공연에 다듬이 소리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강사를 불러다가 매주 연습을 하고 있어요. 연극 ‘난타’ 공연처럼 다듬이 방망이로 리드미컬하게 난타를 치는 공연입니다. 지금은 일반 가요에 맞춰서 다듬이 난타공연 연습을 하고 있는데, 올해 작곡가에게 새로운 곡을 의뢰했어요. 내년에는 외암민속마을을 주제로 한 노래에 맞춰 다듬이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마을노래를 만들어서, 직접 주민들이 다듬이 방망이 공연을 하는 것은 굉장히 새로운 시도입니다.“



― 관광객은 어떤 분들이 주로 오나요.

“가족단위로 주로 오시는데, 요즘엔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농촌에 와서 명소 여행만 할 게 아니라 체험을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마을지도를 갖고 돌아다니면서 고추장도 만들어보고, 엿도 만들고, 강정도 만들고, 술도 담가보고 체험해보면서 정말 재밌어 하더군요.”


― 해외 관광객도 오나요.

“원래 코로나가 안 터졌으면 해외 관광객이 많았을거예요. 농림식품부에서 동남아 여행사와 계약해 1년에 600명 씩 관광객을 받기로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져서 무산돼 버렸죠. 코로나 이후에 다시 미국 여행사와 계약해서 관광객을 받고 있어요. 미국에 있는 재미교포가 하는 여행사에서 한국에 6박8일로 여행오는 미국 관광객들에게 외암민속마을 체험 코스를 넣은 거예요. 작년에는 40팀이 왔는데, 올해는 48팀이 오기로 돼 있습니다. 한 팀에 15~20명 정도가 옵니다. 내년엔 70팀 정도로 늘리자고 여행사에서 그러더군요.”



― 해외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는.
“외암민속마을에 오면 하얀 도포자락에 갓을 쓴 할아버지가 인사를 하고, 연엽주 만드는 체험도 하고, 시골 아줌마가 만들어준 된장찌개 청국장찌개 등으로 진짜 시골밥상을 먹을 수 있어 미국인들에게 꼭 한번 가보라고 입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한국의 진짜 농촌에서 시골밥상을 맛보고, 어르신이 마을 설명도 해주니까 다녀온 사람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가봐요.


그러나 숙소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서양 관광객들이 우리 마을에서 1박을 할 수 있으면 주변에 아산 현충사도 있고, 온양온천도 다녀오고 더 좋은 경험을 하고 갈텐데 말입니다. 서양인들은 그냥 맨바닥에서 이불깔고 자는 걸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마을 숙소가 전통가옥의 경우 방이 좁아 침대를 놓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자체에 외암마을 인근에 한옥호텔을 하나 만들어달라고 건의해놓았습니다.“


―농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에서 제도상 어려운 점은.

“정부가 인구소멸 위기 대안으로 농어촌체험휴양마을에 많은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농촌에서 직접 생산한 농업 생산물을 팔 때는 부가세가 없는데, 농어촌체험형마을에서 벼베기 체험, 감자캐기 체험, 고구마체험을 통해서 도시민들이 수확해 가져간 작물에 대해서는 10% 부가세를 다 냅니다. 체험이니까 농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으로 들어간다고 하네요. 또 농어촌체험휴양마을은 전부 다 영농조합이든 법인형태를 만들어 진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개별적으로 혼자 운영하는 농어촌 민박은 비과세 대상인데, 마을 법인을 통해서 운영하는 민박은 세금부과 대상입니다. 그래서 우리 마을의 경우 민박수입의 20%를 마을 법인이 수수료로 받아 운영비와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전문성 있는 인력을 구하기일텐데요.

“농어촌체험휴양마을에는 체험프로그램과 민박을 관리하고 개발하는 사무장 제도가 있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고, 마을에서 자부담도 해서 전문인력을 고용해 운영하던 제도였습니다. 약 62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전국 농어촌체험휴양마을 650개 마을의 사무장 고용에 지원해주는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정부에서 농어촌체험휴양마을 사무장 지원액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선심성 인건비 지원’이란 명목이었죠. 그런데 사무장이 농어촌체험휴양마을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한번이라도 파악을 해봤다면 삭감하지 않았을 겁니다.


농어촌의 마을 공동체 사업은 체험이든 민박이든 주민들 소득 사업을 만들어주고, 인구가 유입되도록 역할을 해주는 젊은 인력이 필수적인데, 그 사람들을 싹 빼버리니까 마을의 사업이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많습니다. 전체 1190개 농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 절반 가량은 어느 정도 자립해서 운영되고 있는데, 약 650개 마을은 잘 돌아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런 마을을 지원하던 사무장 예산을 끊으니 아예 일할 사람이 없는 겁니다. 농촌이 전부 고령화가 돼 있다 보니까 손을 놓고 있는 거지요.

저는 정부에 ‘매년 평가를 해서 잘하는 마을은 인센티브를 주고, 잘 못하는 마을은 정리하자. 정리된 만큼 새로운 마을을 양성하자’고 건의해왔습니다. 마을이 잘 운영돼 수익이 생기면 지원 안해도 됩니다. 우리 마을만 해도 체험과 민박집 수입의 20%를 수수료로 걷어 세금을 내고, 직원 3명의 월급도 자체적으로 주고 있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농어촌체험휴양마을은 밑 빠진 데 물 붓기식 사업이 아니라, 농촌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귀농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한마디 조언해주신다면.

“제가 귀농 교육을 가면 강조하는 게 있어요. 귀농하기 전에 들어가고 싶은 마을을 찾아봐라. 자주 다니면서 그 마을이 뭘하는지를 잘 살펴라. 그리고 내가 무얼할 수 있는지 역할을 찾아라. 농업은 안해봤지만, 당신들은 공무원, 회사원, 자영업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실 치열하게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농민들은 그냥 단순하게 농사일만 해왔어요. 농촌마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말년에 시골마을에서 전원생활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농촌으로 왔다가는 전부 다 실패합니다. 전원생활 실패하고 도시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요.”









아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