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치 뒤흔드는 ‘청년 극우’의 부상 SNS 적극 활용하는 극우 정치인들 아이돌처럼 일상 찍어 올리거나 도발적인 메시지로 인지도 올려
“시점(POV): 기자들의 분노를 마시는 중.”
이 글귀가 달린 영상에는 한 정장 차림의 남성이 와인과 샴페인 등을 들이켜는 모습이 담겨 있다.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인 조르당 바르델라(29)가 비밀 소셜미디어 계정 의혹이 제기된 다음 날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올린 것이다. 비판에 여유롭게 응수하는 영상에 “천재다” “우리의 스타를 믿는다”란 우호적인 댓글이 잇따랐다.
유럽에서 젊은 유권자들을 사로잡은 극우 정치인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틱톡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기성 정치에 비판적인 젊은층을 겨냥한 짧고 강렬한 영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극우 정치인들은 틱톡의 알고리즘 메커니즘도 잘 파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꾸준하게 영상을 올리면서 인지도 상승의 효과도 얻는다. 지난달 프랑스 여론조사회사 Ifop가 18∼25세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9%가 바르델라를 안다고 했다. 반면 집권당 소속인 발레리 아예 유럽의회 의원은 32%, 녹색당 마리 투생 의원은 28%에 그쳤다.
공격적 메시지로 인기를 끈 극우 틱톡 스타도 있다. ‘독일을위한대안(AfD)’의 막시밀리안 크라는 “정부는 당신을 싫어한다” “포르노를 보지 마라” 등 도발적 메시지를 틱톡에 담아 화제를 모았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교통장관도 유사한 전략을 사용했다. 긴 수염의 남성이 임신한 모습이나 파인애플이 올라간 피자 등의 콘텐츠를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 올린 뒤 “이탈리아의 전통 가치에 반하는 것을 몰아내자”고 주장한다. 정치 컨설턴트 요하네스 힐예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틱톡 알고리즘은 이용자를 더 감정적이고, 분열적이며, 도발적인 메시지로 이끌기 때문”에 ‘극우 정당 맞춤형’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의 기존 정치인들은 그간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중국과 연관됐다며 틱톡 사용을 규제하자는 목소리를 내왔다. 반면 극우 정당들은 틱톡에서 다른 정치인들의 비중이 작은 틈을 노려 꾸준히 존재감을 키웠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