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된 21일 서울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력 계량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인상 이후 5분기 연속 동결로 한전의 누적적자를 고려하면 추가 인상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물가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요금 인상 논의는 4분기로 넘어가게 됐다. 2024.6.21 뉴스1
정부가 올해 7∼9월 전기요금을 또 동결했다. 이로써 작년 11월 산업용만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0.6원 오른 이후 전기요금이 세 분기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전기요금이 묶이면서 부채 규모가 200조 원을 넘은 한국전력의 경영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재정 문제 때문에 경기 용인에 세워질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전망 투자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월 말 현재 한전의 부채는 200조9000억 원이다. 한 해 이자로만 4조∼5조 원이 나간다. ‘콩값보다 싼 두부’란 말이 나왔을 정도로 생산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파는 바람에 한전은 2021년 이후 40조 원 넘는 적자를 냈다. 값싼 원자력의 비중을 줄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격이 오른 액화천연가스(LNG)와 비싼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린 영향도 컸다. 한전의 부실을 줄이고, 에너지 과소비를 막으려면 일찌감치 요금을 정상화해야 했지만,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한 정부가 인상 시기를 계속 미루면서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민간기업이면 이미 부도가 났을 한전의 재정 악화는 국내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전 7, 8기 분량인 10GW(기가와트)의 전력이 소요될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경우 동해안의 원자력·석탄 발전소, 서해안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 등에서 전력을 끌어와야 한다. 향후 수도권에 세워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들에도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백 km 구간에 송전망, 송전탑을 건설하려면 지역 주민 설득과 보상에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런 부담을 감당할 방법이 없는 한전은 용인 클러스터 송전망 건설비까지 입주 기업들이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