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이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출석해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증인선서를 이례적으로 거부했다. 그러면서 발언은 자기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작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선서를 하고 모든 질문에 답한 것과 대비된다.
이들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들로 꼽힌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를 결재했다가 취소하고 자료 이첩 보류를 지시한 당사자다. 임 전 사단장은 최초 보고서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됐다가 국방부의 재검토 이후 빠졌다. 신 전 차관도 해병대에 ‘보고서에 혐의자 등을 빼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청문회에서 상세하게 밝혔어야 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자료 회수 당일 윤석열 대통령과 세 차례 통화한 것에 대해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내용은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과 통화한 신 전 차관도 “내용을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며 답을 피했다. 다른 증인들도 마찬가지다. 이시원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은 “답변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고,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도 민감한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한 사람의 격노로 모든 게 꼬이고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하고, 특검 도입을 논의할 청문회까지 열린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사실을 숨기려 안간힘을 쓰는 듯한 이 전 장관 등의 모습은 수사 외압에 대한 세간의 의심을 더욱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