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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할 때 심박수 뚝 뚝… 해녀 잠수의 비밀 찾았다

입력 | 2024-06-24 03:00:00

일본 연구팀, 수중 활동 중 낮은 심박수 유지하는 원리 밝혀
반복적인 호흡 훈련 통해… 심박수-근육 긴장 등 조절
쥐 실험서 심박수 50% 감소… 뇌-심장 신경 메커니즘 확인
“부정맥-우울증 치료에 적용”



해녀들이 물속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건 잠수하는 동안 심박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제주도 해녀들은 1분 이상 호흡을 멈춘 상태로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캐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산소통 없이 수중 활동을 하는 취미를 가진 프리다이버들도 숨 참기 능력이 남다르다. 이들이 일반인보다 오랫동안 무호흡 활동을 할 수 있는 건 반복된 훈련 덕분이다.

해녀나 프리다이버는 수중에 머무는 동안 낮은 심장박동수를 유지할 수 있다. 성인의 1분간 심박수는 평균 70회 수준이고 운동할 땐 100회를 훌쩍 뛰어넘는다. 수중 활동은 운동에 해당하므로 심박수가 증가해야 하지만 프리다이버들은 오히려 분당 심박수가 10회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 보통 사람이 이 같은 심박수를 보이면 뇌의 산소 부족으로 정신을 잃게 된다.

이케가야 유지 일본 도쿄대 제약학과 교수 연구팀은 반복적인 훈련이 심박수를 떨어뜨리고 생리적 한계를 뛰어넘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바이오피드백 훈련을 시킨 쥐를 대상으로 반복적인 훈련이 뇌에 어떤 변화를 일으켜 심박수를 떨어뜨리는지 확인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21일 발표했다.

바이오피드백은 호흡 훈련을 하는 동안 피부에 센서를 부착해 심박수, 체온, 근육 긴장도 등을 수치로 파악하면서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방법을 익히는 자기 조절 치료법이다. 만성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큰 환자들에게 약물 치료와 바이오피드백 훈련을 시행하면 심박수와 근육 긴장 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심박수는 주로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된다. 자율신경계는 심박수, 혈압, 체온 등 여러 생리적 변수를 제어해 신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해녀나 프리다이버, 명상가처럼 호흡 훈련을 반복하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심박수와 같은 생리적 현상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바이오피드백 훈련이 효과가 있다는 점은 증명됐지만 어떻게 효과를 일으키는지 신경학적 메커니즘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구팀은 바이오피드백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회로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위해 바이오피드백 훈련을 시킨 실험용 쥐 모델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쥐의 대뇌 신피질과 중앙 전뇌를 자극할 수 있는 훈련·보상 활동을 반복했다. 5일간의 반복적인 바이오피드백 훈련을 진행한 뒤 실험쥐는 30분 이내로 심박수를 줄이는 방법을 학습했다. 훈련 후 최소 10일 동안 심박수가 50% 감소되는 조절을 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전기생리학, 칼슘 이미징, 시냅스 추적 기술을 통해 바이오피드백이 어떻게 정상 심박수보다 느린 맥박인 ‘서맥’을 유도하는지 살폈다. 그 결과 심박수는 뇌의 전대상피질, 복내측 시상하핵 시상핵, 배내측 뇌하수체, 의문핵, 심장의 신경절후 부교감 신경원과 관련된 신경 연결통로에 의해 조정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바이오피드백 훈련을 통한 심박수 감소가 뇌의 어떤 영역과 연관이 있는지 확인했다”며 “뇌와 심장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때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부정맥, 우울증 등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질환에서 약물 없이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