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송파 ‘기존 집 매도계획’ 요구 서초-양천 등 ‘매매계약서’ 필요해 확인 못한 구매자, 기존 집 급매도
충남 천안시에 아파트를 보유한 50대 김모 씨는 지난달 서울 서초구로 이사하면서 진땀을 빼야 했습니다. 김 씨가 이사한 단지는 신속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곳으로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입니다. 김 씨는 천안시의 기존 아파트를 1년 이내 팔겠다는 매도 계획을 제출했지만 서초구로부터 반려됐습니다. 계획이 아닌 매매 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강남구와 송파구에서는 매도 계획서만 있으면 된다고 들었지만, 구마다 기준이 다르니 따를 수밖에 없었죠. 서초구로 이사 가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김 씨는 급매로 부랴부랴 천안 아파트를 팔아야 했습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은 투기성 땅투기를 차단하고 토지가격 급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구역입니다. 서울에서는 국제교류 복합지구와 마이스(MICE·국제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개발이 이뤄지는 강남구 대치·삼성·청담, 송파구 잠실동 일대가 대표적이죠. 강남구 압구정동이나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등 개발이 예정된 아파트 지구와 신속통합기획 추진 단지 등도 포함됩니다.
‘토지거래 업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기존 주택 소유자가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 주택을 매입하려면 구청장에게 사유를 소명하거나 기존 주택 처리(매매 또는 임대) 계획서를 제출하게 돼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구별로 세부 허가 기준이 각기 다르다는 점입니다.
일각에서는 같은 조건의 매수자라면 구가 달라도 일관된 허가 기준을 적용해야 시장 혼선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만약 각 기초자치단체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게 ‘그냥 하던 대로’라는 관행 때문에서였다면 이제 통일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본보 취재에 서울시도 관련 회의를 해보겠다고 했으니 결과를 기다려 보겠습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